이에 대해 금감위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과 관련한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매각을 승인할 수 없다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HSBC, 외환은행 인수 합의= HSBC는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매입이 완료될 경우 현금 63억17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HSBC는 내년 1월 31일 이후 거래가 완료되면 1억3300만 달러를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전체 매각대금을 합하면 주당 1만8045원에 해당한다. 이는 3일 외환은행 종가(1만4600원)보다 높은 가격이다. 거래가 성사되면 론스타는 외환은행에 2조1547억원을 투자한 지 4년 만에 5조4000억원의 차익(이미 배당.지분 매각으로 받은 1조5469억원 포함)을 거두게 된다.
HSBC는 "인수가 완료된 이후에도 외환은행의 거래소 상장을 유지하고 외환은행 상호도 그대로 쓸 방침"이라며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6.25%도 같은 조건으로 매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HSBC는 다른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는 하지 않기로 했다.
HSBC는 외환은행 인수가 완료되려면 금감위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한국 정부기관의 승인을 비롯한 여러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거래계약에 따르면 주식 취득 승인을 위한 정식 신청서가 내년 1월 31일까지 금감위에 제출되지 못하는 경우 론스타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내년 4월 30일까지 인수가 완료되지 않으면 당사자 일방에 의한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조항도 담겨 있다.
HSBC는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HSBC의 입지가 더 공고화될 것"이라며 "개인금융에서 신용카드까지 전문적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고 말했다.
◆금감위 "법원 판결 전까지 매각 승인 안 해"=금감위 홍영만 홍보관리관은 "현재 외환은행 매각과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재판과 관련한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검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홍 관리관은 "재판 결과에 따라 이해관계인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외환은행 매각 승인은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일부에서 법원에 계류된 사건과 인수 승인 문제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조작 여부 등 민감한 사안이 걸려 있는 만큼 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관리관은 "(외환은행 매각 승인 보류를) 반외자 정서와 국내 금융기관의 차별로 지적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금융 당국은 2004년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의 한미은행 인수와 2005년 뉴브리지캐피털의 제일은행 인수 신청을 인가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외환은행 인수를 타진해온 국민은행.하나금융지주.농협 등 국내 금융회사들은 HSBC의 외환은행 조건부 인수 소식에 긴장하고 있다. 국민은행 측은 "일단 사태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밝혔고, 하나금융지주 측은 "법원 판결 뒤에야 인수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재확인한 감독 당국의 입장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안혜리.김창규.염태정 기자
◆HSBC=그룹의 전신은 1865년 세워진 홍콩상하이은행이다. 영국 런던에 본사가 있으며 유럽.아시아.미주를 비롯한 세계 83개국에 1만여 개의 지점.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씨티은행에 이은 세계 제2위의 은행이다. 한국과는 1897년 제물포(인천)에 사무소 개설로 첫 인연을 맺었으나 일제시대에 지점을 폐쇄했다. 이후 1984년 서울 사무소를 열면서 본격적인 한국 영업에 나섰다. 현재 전국에 11개 지점과 4개의 기업금융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