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광장>부품 국내개발앞장 부영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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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가장 절실하게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 기술 이전,어음 결제기일의 단축등이 단골메뉴다.
하지만 부품산업에 종사하는 중소기업들,특히 수입에 의존하던 제품을 국산화한 업체들은「제품을 믿고 사 주는것」을 그중 하나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경남 김해의 (株)부영사는 선박용 부품인 컨트롤밸브등을 생산하는 업체로 현재 이 분야에선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있다.
이 회사는 78년8월 대기업에서 설계도면을 받아 선박 부품을단순가공하는 개인업체인 부영기업사란 이름으로 설립됐다.
그러던중 점차 기술이 쌓이자 치열한 경쟁 속에 중소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자신만의 독특한 제품과 기술을 보유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수입에만 의존해오던 컨트롤밸브의 국산화에 뛰어들었다.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85년「원격 수동밸브 조절시스팀」을 개발한 이 회사는 이후 자체 브랜드인「하이데크」로 연간 10억~15억원의 매출을 올리게 됐다.
당시 이 물건이 처음 납품될때 姜鎬一사장을 비롯한 전 직원들이 공장에 모여 차에 기계를 싣기전 소금을 뿌리며 감격해 하던일은 지금도 회사 안팎에서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일단 제품개발에 발동이 걸린 부영사는 매년 매출액의 10%정도를 연구개발비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회사도 성장을 거듭해 91년에는 30명의 직원으로 30억원의매출을 올릴만큼 알짜 중소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이에 따라 부산사상공단에 있던 작은 공장을 매각하고 김해에 2천평 부지를 마련,지금의 공장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이 회사는 최근들어 고민거리를 하나 안게되었다. 지난 92년8월에 자체 기술로 개발,미국 특허까지 따낸 3-WAYWAX TYPE TEMPERATURE REGULATOR(3방향 온도조절기)의 판매가 지지부진한 것이다.
主수요처인 대기업 구매담당 직원들은 대형 선박의 주엔진 냉각시스팀에 쓰이는 이 제품이 워낙 중요한 부품인 만큼 쉽사리 국산 제품을 쓰려 하지 않는다.
부영사 입장에서야 수입품을 국산화했으니 당연히 납품실적이 있을리 없고 국내 어디에도 품질을 보증해 줄 수 있는 테스트 장비를 갖춘 곳도 없어 첨단제품을 국산화한 죄(?)로 판로 개척에 애를 먹고 있다.
『정부는 기업에 기술개발과 국산화를 외치지만 정작 개발제품에대한 품질보증 하나 못 받는 상황을 중소기업 혼자 어떻게 감당해야 합니까.』 이때문에 유망한 중소기업 부영사의 姜사장은 지금도 개발 제품을 들고 대기업과 연구기관들을 쫓아다니고 있다.
〈朴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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