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발 금융 불안 잠재우기…부시 - 버냉키 '쌍끌이 총력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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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부시(左), 버냉키(右)

미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오전 11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헨리 폴슨 재무장관, 알폰소 잭슨 주택장관과 함께 나타나 금융시장 불안의 불씨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대한 지원책을 발표했다.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택 소유자들에 대한 연방주택공사(FHA)의 대출 보증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대출자들에게 재융자를 받게 도와주고 세제 혜택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미 와이오밍주 그랜드 테튼 국립공원 내 잭슨홀. 같은 날 오전 10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FRB 연례 심포지엄 기조연설을 통해 "금융시장 혼란으로 생길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도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과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버냉키 의장의 연이은 발언에 시장은 고무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세계 경제 위기를 진압하기 위해 미국의 정치.경제 두 지도자가 전쟁의 일선에 나섰다는 판단에서다. 대통령과 FRB 의장이 동시에 나선 것은 그만큼 사안이 중대하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이번 조치는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잃지 않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을 중심으로 제기돼온 서브프라임 대책 마련에 대한 답변인 셈이다. 정부가 직접 대출자를 구제해 주지 않지만 간접적인 방식으로라도 최대한 서브프라임 사태에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향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선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됐다. 시장에서는 FRB가 5.25%인 연방기금금리(한국의 콜금리와 같은 기준 금리)를 18일(현지시간)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과 버냉키 의장은 "투기자를 보호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신중한 입장이다. 부시 대통령은 "투기자를 보호하는 것은 정부 의무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버냉키 의장도 "투자자들의 선택의 결과로 인한 손실을 보호하는 것이 FRB의 책임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부시-버냉키 효과로 미국.유럽 증시는 이날 동반 상승했다.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119.01포인트(0.90%) 상승한 13357.74를 기록했고, 나스닥 지수도 1.21% 상승했다. 영국 FTSE100 지수가 1.47% 오른 것을 비롯해 프랑스.독일 증시도 1% 이상 올랐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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