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무등산 약수터 소리꾼 국민은행 이용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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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신이 만들어준 최고의 선물인 당신의 목소리를 왜 아낍니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해야죠.』 안개가 자욱이 깔린 無等山 약수터에서 새벽등산객을 모아놓고 우리가락을 가르치는국민은행 호남본부 부본부장 李鏞秀씨(48)는 평범한 회사원이 아닌「소리」에 미친 소리꾼이다.
李씨는 지난 8일부터 무등산 너덜겅약수터에서 지나는 등산객의소매를 붙잡아두고 판소리 한대목과 단가등 민요를 가르치고 있다. 『예향 광주에서,더군다나 어머니 품같은 무등산자락에서 맛과멋을 아는 시민들과 함께 소리를 하는 기쁨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죠.』 매주 화.목.토요일 무등산에서는『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 옥방의 찬자리에 생각난 것이 님뿐이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낭군 보고지고…』로 시작되는 쑥대머리 한대목을 비롯해 우리가락을 익히려는 등산객들의 낭랑한 목소리가 새벽 하늘을 울 린다. 李씨가 등산객들에게 소리를 가르치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은행원의 한사람으로서 한차원 높은 서비스를 창출하고 시민으로서새벽등산과 약수,그리고 소리는 곧 건강과 무등산 사랑.나라사랑으로 연결된다는 순수한 생각에서 시작했다.그러나 李 씨는 걸걸한 목소리에서 느낄만큼 예사 소리꾼이 아니다.판소리『수궁가』로우리나라 초창기 인간문화재로 지정된 鄭珖秀선생(85)으로부터 2년6개월간 수궁가를 익히고 명창 趙相賢씨에게서는 5년동안 춘향가를 배운 솜씨다.
조선시대 판소리를 이끌었던 송흥록.송만갑의 고향이자,꽹과리.
징소리가 하루도 그치지 않는 남원고을 운봉마을에서 태어난 李씨는 어린시절부터 자연스레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李씨는 또한 시인이며 작가다.92년「바다」「베네딕트수녀원을 찾아서」로 문단에 등단했으며 지금까지『나의 살던 고향은』『붕새는 훨훨』『못다부른 쑥대머리』등 판소리와 관련된 수필.소설을 세권이나 발표했다.
『마음의 병은 소리로 다스릴 수 있다』는 李씨는 지난 66년광주상고를 졸업,국민은행에 수석으로 입사한뒤 직장을 다니면서 한양대 공업경영학과(야간)를 졸업하고 서울 청계지점 차장.광주송정지점장을 거친 금융인이며 영원한 소리꾼이■ .
[光州=具斗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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