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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황당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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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생산도 수출.수입도 노조 허락을 받으라."

현대자동차 노조가 30~31일로 예정된 파업찬반 투표를 앞두고 회사 측과 단체협상에서 이런 안을 내놨다.

협상안에서 노조는 우선 '새로운 차종이나 엔진.변속기를 개발할 경우 모델이 결정되는 즉시 노조에 통보하고 생산할 공장과 연간 생산물량을 노사 간 합의할 것'을 요구했다. 회사 측은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적합한 시기에 가장 수익을 낼 수 있는 공장에서 수요량에 맞춰 생산하는 것은 경영전략의 핵심인데 사실상 노조의 허락을 받으라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는 "조합원의 근무여건이 바뀌는 사항을 회사가 일방적으로 진행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또 '해외 공장으로 인해 국내 공장 일거리가 부족해질 경우 (노조원의) 통상적 노동시간을 보장해 주기 위해 해외 공장의 물량을 국내로 도로 가져온다'는 조항도 요구했다. 채산성 악화로 국내 생산이 어려워 인도 공장으로 옮겨간 '클릭' 등 저가 제품도 국내 근로자의 일감이 부족하면 회사의 수익성과 상관없이 도로 가져와 적정 임금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노조 요구안에는 이 밖에도 '해외 현지공장이나 합작사에서 생산한 완성차와 부품을 노조와 합의없이 국내로 수입하지 않는다' '해외 생산 차종을 해당 국가 이외 국가로 수출하는 것은 (국내 공장의 수출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와) 조합원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므로 노사공동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해야 한다'는 조항도 들어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구체적 문구로 구속력을 갖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노조의 힘에 눌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합의해 줬던 사항 때문에 시장 수요에 제때 대처하지 못해 큰 손실을 보았다"며 "노조도 회사가 살아야 고용도 보장된다는 점을 인식해 주기 바랐는데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울산 시민 등은 이에 대해 "황당한 요구"라는 반응이다.

울산대 장길상(경영학부) 교수는 "해외 공장 신.증설이나 합작 투자, 신제품을 어느 공장에서 얼마나 생산할지 등은 사측의 고유한 경영권이자 핵심 전략인데, 이런 문제에 노조가 관여하겠다는 것은 비상식적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당장의 파업을 피하려고 수용할 경우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해 진짜 고용불안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29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속보를 통해 "쟁의행위 찬반 투표로 사측을 압박하자"고 조합원들에게 호소했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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