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청안의 노래방(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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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방화시대가 오면서 지방관청들 사이에 전에 못보던 색다른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은평구청에서는 내달부터 구정의 잘못이나 개선방안을 와서 지적해주는 구민에게는 5천원씩 교통비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한다. 구정발전에 시민참여를 높이자는 취지라는 것이다. 과연 얼마나 많은 시민이 얼마나 좋은 의견을 제시할지,또는 돈 5천원을 노려 몰리는 현상은 없을지 결과가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그런가 하면 인천시는 『사정한파와 크게 늘어난 민원업무 때문에 위축된 공무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시청안에 노래방을 설치하고 다음달에 문을 연다고 한다. 인천 남구청은 벌써 지난 1월 구청안에 노래방을 만들어 시청을 앞질렀다.
관청안에 노래방이라니 전에는 듣도 보도 못하던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하기야 일부 기업에선 노래방을 설치,운영해본 결과 사원들이 스트레스를 풀고 직장분위기도 좋아졌다니 관청이라고 그런 아이디어를 채택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또 지방자치단체들이 나름대로 각종 아이디어를 짜내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현상은 바람직하기도 하다.
그렇다면 관청안의 노래방을 긍정적으로 봐야 할까,부정적으로 봐야 할까. 어찌보면 언필칭 「앞서가는 행정」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럴수가…』라고 못마땅한 생각도 든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따져보면 여기에는 아무래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우선 노래방 설치에 들어가는 2천5백만원 예산의 우선순위 문제가 있을 것이다. 시민의 세금인 이 돈을 달리 더 급하게 쓸데가 인천시에는 과연 없는 것인가.
또 공무원의 활력을 돋울 방법이 꼭 노래방 뿐일까 하는 점도 문제다. 스트레스를 풀고,여가를 선용할 수 있고,실제 필요하고 도움도 될 일이라면 도서실·스포츠·일요등산·각종 취미활동 등도 있을 것이다. 인천시에 제법 괜찮은 도서실이나 하나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지역주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도 문제다. 관청이라면 관청다운 품위도 있어야 하는데 점심시간이나 일과후 관청에서 노랫가락이 흘러 나온다면 민원인이나 주민들이 어떤 느낌을 갖게 될까.
욕교이반졸(교묘히 하려다 도리어 졸렬하게 된다는 뜻)이란 말이 있듯 관청안의 노래방은 취지는 어떻더라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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