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달동네 건축회사 운영 성공회 송경용 신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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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공사장에서는 막일을 하는가 하면 건설노동자들을 대표해 건축주들과 계약을 체결하고 견적을 뽑는다.
그리고 일요일이면 빠짐없이 미사를 집전한다.
건설노동자들의 협동조합인 「나레건설」을 이끌고 있는 성공회 宋炅用신부(35).
『가난한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는 꿈과 미래가 없다는 것이지요.나레건설이 그들이 미래를 기약하는 일터가 됐으면 합니다.』「나레건설」은 서울관악구봉천9동에서「나눔의 집」을 운영하는 宋신부가 달동네가 안고있는 문제를 치유하기 위해 지난해 2월 만든 전문건축회사.
실제로 집을 짓는 인력이면서도「노가다」란 낮춤말을 듣는 이들에게 건설노동자란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달동네 주민의 70~80%가 건설노동자들이지요.계절적 변동이 큰 일의 성격상 고용이 불안정하고 자연히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게 마련이지요.』 출자액은 아무리 많아도 최소액의 3배를 넘을 수 없고 출자액에 관계없이 1인1표를 행사하므로 조합원들은이제 모두가 주인이다.
宋신부는『건축주로부터 직접 일을 받기때문에 하청.재하청받아 할때 있을수 있는 눈속임이나 부실공사는 절대 없다』고 자신있게말한다. 이윤의 15%는 사회복지활동에 환원하는 이 조합은 宋신부가 펼치고 있는「나눔운동」의 하나다.
『날로 산업화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물질에 갇혀 개인화되어가지요.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에게 소중하기 그지없는 시간.돈.
재능등을 남과 나누자는 것이지요.』 宋신부가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한 15년은 79년 근로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서울상계동 한 야학에서의 교사생활로 시작한다.
연세대 건축학과 1학년때였다.
『어떻게 살것인가를 고민하던 시기에 가난한 삶속에서도 서로 나누고 섬기는 이들과 함께 지낸 경험은 너무 강렬해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4학년1학기를 끝으로 학교를 떠난 宋신부는야학교사 시절 맺었던 인연을 좇아 성공회 신학대학에 편입한다.
宋신부는『교회정신은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속에서 구현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교회운동을 주장했고 그래서 설립된 교회가바로「나눔의 집」.
86년9월 상계동에서 문을 연「나눔의 집」은 이제 전국 6곳으로 늘어났다.
『빈민들에겐 철거도 큰 문제지만 고용.의료.교육.문화등 다른문제도 심각합니다.이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감싸안기 위해선 빈민들과 삶을 함께 하면서 같이 느끼고 체험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나눔의 집은 미사가 열리는 주일을 제외하곤 완전히 지역주민들에게 공개되는 열린 교회다.종교는 달라도 상관없다.
평일 오후엔 국민학생과 중학생들 대상의 공부방이,토요일엔 고등학생들의 독서.풍물모임이,밤이면 일터에서 돌아온 어머니들을 위한 한글.한문.산수반이 열린다.
외롭고 가난한 결손가정을 지원하는 가정결연사업도 빼놓을수 없다. 『40여명의 자원봉사자들과 1백50여명 후원자들의 도움이절대적』이라는 宋신부는『가난한 사람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李相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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