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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발전 정책에 거는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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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방이 다시 끓기 시작했다. 유별난 늦더위를 말하는 게 아니다. 지방민의 기대와 초조감, 때론 분노와 염원이 뒤죽박죽 끓고 있다는 얘기다.

먼저 기대감이다. 7월 20일에 있었던 충남 연기·공주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기공식은 해당 주민은 물론 전국의 지방민에게 부푼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7월 25일, 진주에서 열린 균형발전 2단계 선포식도 텅 빈 지방에서 한숨 쉬고 있던 지방민들을 들뜨게 했다. 9월부터 제주와 경북을 시작으로 비수도권의 광역 시·도에서 줄지어 첫 삽을 뜨게 될 혁신도시들에 대해서도 지방민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방민의 기대감 이면에는 어쩔 수 없이 초조감도 있다. 이 정도나마 어렵게 시작된 균형발전 정책들이 과연 앞으로도 5년, 10년 계속될 것인지에 대한 초조감이다. 막 첫 삽을 뜬 행복도시는 과연 제대로 갈 것인지, 공공기관들이 정말 지방에 내려와 안착할 것인지, 2단계 균형발전 정책 구상대로 기업들이 과연 지방으로 이전해 올지 마음 졸이고 있는 것이다.

초조감만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지방민의 가슴 저변에서 여전히 끓고 있는 분노도 만만치 않다. 국가균형발전의 대의를 짓밟는 언행들이 소위 사회의 지도급 인사들에 의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은 여전히 어려운데 수도권 비대화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비수도권 주민은 그 초조감과 분노를 지속적 국가균형발전을 향한 염원과 운동으로 승화시켜 가고 있다. 7월 초, 대구에서 개최된 한 행사도 대구·경북 지역민의 그런 염원과 각오가 분출된 것이었다.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를 비롯한 지역의 비정부기구(NGO),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 지역의 언론사·기업·단체 등이 폭넓게 참여하는 대구경북지방분권협의체를 출범시킨 것이다. 골고루 잘사는 균형발전 국가와 21세기형 분권국가를 건설해 가기 위해서 대구·경북의 산·학·연·언·관이 지혜와 힘을 모으기로 결의한 것이다.

그리고 7월 말에는 ‘수도권 집중화 반대와 지역균형발전 촉구를 위한 1000만인 서명운동’의 대구시·경상북도 합동 선포식이 있었다. 지자체장·정치인·경제인·대학인·시민운동가 등 각계가 함께해 뜨거운 열기와 함성을 토해 냈다. 아스팔트도 녹아내리는 뜨거운 대구시내를 함께 행진하면서 가두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초조감과 분노를 뛰어넘는 이 염원의 열기와 각오의 함성이 이번 대선 판을 지역과 국가의 미래를 고뇌하는 건전한 정책대결의 장으로 바꾸고 전 국민이 골고루 잘사는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열어주기를 기대해 본다.

홍덕률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