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인질 19명 모두 풀려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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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28일 오후 "탈레반 측과 대면협상 끝에 피랍자 19명 전원을 석방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19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봉사단 23명이 납치된 지 41일 만에 피랍자 19명이 가족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봉사단의 일원이었던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는 억류 기간 중 피살됐다. 김경자.김지나씨는 13일 풀려났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아프간 한국인 피랍사건과 관련, 한국시간 5시48분부터 7시20까지 납치단체와 대면 접촉이 있었다"며 "한국군 연내 철군,아프간 기독교 선교 중지를 조건으로 탈레반에 억류되어 있던 피랍자 전원을 석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희생된 2명의 명복을 빌고 깊은 조의를 표한다"며 "이번 합의가 차질 없이 이행돼 빠른 시일 내 가족 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원 석방에는 합의했지만 피랍자 19명의 신병이 일괄적으로 정부 협상팀에 인계되기까지는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3~4명씩 순차적으로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랍자들의 이송 준비가 끝나는 대로 조만간 석방이 이뤄져도 19명 모두 안전하게 석방되기까지는 며칠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AFP통신은 이날 현지 부족 원로를 인용, 인질들이 3~4일 내에 전원 풀려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와 탈레반은 ▶탈레반의 죄수석방 요구 철회▶한국인 인질이 아프간을 떠날 때까지 공격하지 않으며 ▶연말까지 한국군의 아프간 철군 ▶이달말까지 비정부 기구(NGO) 완전 철수▶아프간에서의 기독교 선교 활동 중단등 5개 항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중재로 가즈니주 적신월사 건물에서 이뤄진 이날 협상에선 한국과 탈레반 측 대표 외에 국제적십자사 관계자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 고위 관리 등이 옵저버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날 협상에 앞서 본지 통신원 알리 아부하산(가명)은 탈레반 측 협상 대표인 물라 나스룰라를 인용해 "탈레반 최고지도자위원회가 라마단 이전에 나머지 인질도 단계적으로 모두 풀어준다는 결론에 다다랐다"고 전해 긍정적인 협상 결과가 나올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양측은 매일 전화로 대화를 하며 인질 석방 조건에 대해 상당한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아부하산은 "한국 측이 아프간.미국 정부에 수감자 석방을 요구할 권한이 없다는 점을 꾸준히 설명한 결과 탈레반이 결국 이를 납득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한국이 어떤 식으로든 인질들의 몸값을 제공하기로 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신예리.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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