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본한국경제>中企 마키팅 능력 허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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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제화는 하루아침에 달성되는게 아닙니다.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선 역사적으로 이미 18세기부터 개방체제를 유지해 왔습니다.연초부터 한국 정부와 언론이 개방을 강조하고 있지만 국제화.
개방화는 정책으로 밀어붙인다고 바로 성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89년부터 5년째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韓佛 중소기업의 기술협력을 위해 상주협력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프랑스인 로저 루탕(64)의 지적이다.
루탕은 실례로 최근 한국업체들이 프랑스의 기술을 도입하는데 많은 관심을 갖는데 대부분 기술을 달라고만 하지 무엇인가 주려고는 하지 않는다고 꼬집는다.
국제화를 내세우면서도「기브 앤드 테이크」의 기업 생리를 너무모른다는 이야기다.
오랫동안 中振公에서 근무한 전문가로서 그가 느끼는 한국 중소기업의 문제점도 한번 들어볼만하다.
『한국의 중소기업은 유난히 대기업의 종속이 심하고 그 기반도약한것 같습니다.게다가 정부도 지나치게 지원위주의 정책만 펴다보니 산업의 근간인 중소기업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었다고 봅니다.결국 한국 중소기업은 자생력이나 자체 마키팅 능 력에 문제가많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중소기업 사장들이 들으면 기분이 안좋을 말이다.
『대기업과의 관계를 종속적으로만 볼게 아니라 계열화를 통한 협조와 발전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런 방식은 초기의 중소기업 발전에는 유리합니다.하지만 개방경제를 맞아 어차피 대기업도 외국기업과 경쟁해야 하는만큼 언제까지나 중소기업을 돌봐야할 협력자로만 여기지는 않을 것입니다.자연히 중소기업도 세계시장이 되어버린 국내에서 마 키팅 경쟁을 해야겠죠.』 이 때문에 그는 한국에서 그동안 프랑스 회사와한국 중소기업의 기술협력이나 합작건을 여러번 성사시켰지만 실패도 적지 않았다고 토로한다.
『프랑스에선 외국과 합작사업을 할때 합작 파트너의 마키팅 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그런데 한국 중소기업이 자체 마키팅 경험이 없는데다가 시장조사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상담이 깨지는 것을 여러번 봤습니다.』 한국생활을 오래해 아는 것도 많은 그지만 신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엔지니어 출신이라 잘 모르겠다』는 말로 대답을 회피한채 다만 『정부든 기업이든 신용이 중요하다』고만 말한다.
루탕은 전기.금속.조선분야에「유러피안 엔지니어」 자격증을 갖고 있으며 지금까지 40년동안 해외생활을 해왔다.
〈朴承熙기자〉 ▲튀니지출생(1930년)▲베트남 국영 기계제작회사 공장장(53~65년)▲베트남 기계제작회사 설립운영(65~75년)▲싱가포르 석유탐사회사 프로젝트 매니저(76~80년)▲아프리카.중동지역대규모 프로젝트 컨설턴트(80~86년)▲프랑스산 업폐기물 처리회사 공장장(86~88년)▲중진공 한국 상주협력관(89년~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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