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짱' 푸틴 사진에 러시아가 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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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의 근육질 몸을 보여 준 사진이 공개된 지 열흘이 넘도록 여전히 화제가 되고 있다.

문제의 사진은 푸틴 대통령이 13~15일 남부 시베리아의 산악지대에 위치한 투바 자치공화국에서 휴가를 보내며 찍은 것이다. 군복 바지를 입고 웃통을 벗은 채 강에서 낚시를 즐기는 모습을 담은 이 사진엔 운동광인 푸틴 대통령의 탄탄한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크렘린 공보실이 최근 이 사진을 대통령 행정실 공식 홈페이지에까지 올리면서 러시아 내에서 찬반 여론이 들끓고 있다. 대통령의 건강한 몸에 대한 찬사의 목소리와 함께 지도자의 품격에 맞지 않으며 정치적 의도를 가진 인기몰이 행동이란 비판 여론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주류는 찬사 쪽이다. 현지 인터넷 사이트와 블로그는 푸틴의 벗은 사진과 그의 몸에 대한 칭찬 글들로 넘쳐나고 있다. 타블로이드 신문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자사 웹사이트가 푸틴의 몸을 찬양하는 여성 독자들의 글로 도배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22일자 기사에서 '푸틴처럼 되라'는 제하에 가슴을 드러낸 푸틴 대통령의 컬러 사진을 싣고 장관이나 주지사, 의원들이 대통령과 같은 몸을 만들려면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를 삽화까지 곁들여 소개했다. 한 라디오 토크쇼에서는 푸틴의 반(半) 나체 사진이 대통령의 권위를 떨어트리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던 진행자가 청취자들로부터 호된 비난을 받기도 했다. 동성연애자 사이트에는 대통령이 웃통을 벗은 것은 동성애에 대한 관용을 표시한 것이란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까지 등장했다.

이와 함께 사진 사건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면서 이를 비난하는 여론도 있다. 일부 정치 전문가는 "푸틴 대통령의 벗은 사진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그의 건강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며 "그가 헌법이 금지한 3기 연임을 포기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투기를 조정하거나 잠수함을 탄 대통령의 모습을 언론에 집중적으로 소개해 국민에게 강한 지도자상을 심어 온 지금까지의 정책과 다를 바 없다는 해석이다.

반면 스타니슬라프 벨코프스키 국가전략연구소장은 "대통령의 휴가 사진은 그가 은퇴를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 준 것"이라며 상반된 해석을 하기도 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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