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에 오른 상 교장 범죄행각/검찰 상문고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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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신조작·금품갈취등 각종 비리 드러나/문제때마다 로비… 비호의혹도 규명 필요
교사들의 잇따른 양심선언으로 비로소 그 실체가 드러나 세상을 경악케 한 상문고 사태는 검찰이 16일 밤부터 전격 수사에 착수함으로써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중앙일보의 특종보도가 나간 직후인 14일부터 상문고에 교육청 출범이래 최대 감사인원인 13명을 투입시켜 감사에 착수했으나 상문고 비리내용이 워낙 엄청나 수사권을 갖지 못한 「감사」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검찰수사에서는 교육자의 탈을 쓰고 온갖 추악한 비리를 저질러온 상춘식교장의 행각에 대해 교육개혁의 차원에서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내신성적 조작=상문고의 온갖 비리중 국민들을 가장 경악케한 것은 역시 내신성적 조작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내신조작은 ▲상 교장의 입·출국때 편의를 제공해준 것으로 알려진 김포세관 직원 아들 박모군(20) ▲이사 아들 최모군(21) 등 10여명이다.
그러나 교사들은 상 교장이 권력·부유층 학부모들의 「VIP명단」을 작성,이들로부터 찬조금을 걷거나 외부감사 등을 무마해달라고 부탁해왔고 그 대가로 이들의 자녀들에 대해 성적을 조작해왔으며 숫자도 엄청나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상 교장의 측근들로 구성된 예·체능계 교사들과 각 학년 주임교사들은 공공연하게 성적조작을 해왔다는게 학부모·양심선언 교사들의 주장이고 보면 교장측근 교사들에 대한 수사가 집중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품갈취=상 교장은 「상상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학부모와 교사들로부터 돈을 뜯어왔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86년부터 학급당 2백만∼5백만원씩 모금액을 할당해 16억원을 챙겼고 ▲보충수업비를 다른 학교에 비해 4∼5배 이상 받아내 월평균 3천5백여만원정도씩 가로챘으며 ▲각종 교육교재를 비싸게 구입해 차액을 남기고 ▲모든 교사들로부터 명절때마다 10여만원,연말에는 3학년 담임들에게만 일률적으로 50만원씩을 할당해 상납케 했으며 ▲졸업생들에게 1인당 2만원씩,졸업생중 수상자에게 1백만원씩을 받아냈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교육청·교육부의 감사에서는 『학부모들이 제대로 증언을 안한다』 『학교가 전면 부인한다』는 등의 이유로 흐지부지돼왔기 때문에 강제력을 가진 검찰수사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철저한 확인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 교장은 84년 학교땅을 20억원에 팔고도 감독관청에는 12억원에 팔았다고 허위보고했고 땅판 돈으로 개인땅을 16억원에 사들였는가 하면 학교공사를 수의계약하고,재단 돈 5억원을 개인소송비용에 쓰는 등 전횡을 저질러왔다.
◇비자금 관리=상문고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영수증이란 것을 발급한 적이 없었다.
이 학교에는 서무과장을 두지 않은채 20년전부터 상 교장의 개인비서역할을 해온 김순자씨(41·여) 등 여직원 2명이 모든 학교재산을 관리해왔으며 최근까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엄청난 물량공세를 펴내 로비를 해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교사들은 『상 교장이 김씨에게 비자금을 관리시키고 있다는건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김씨가 차명 또는 가명계좌로 이를 관리했을게 뻔하기 때문에 김씨의 비밀장부를 압수하는 것이 사건해결의 열쇠』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을 입증하듯 상 교장은 교육관계자들 사이에서 『통큰 사람』 『상 교장의 로비면 국회의원들도 다 녹는다』는 소문이 파다했었다.
따라서 검찰수사에서는 과연 누가,얼마나 로비를 받고,어떻게 상 교장의 비리를 비호하고 덮어줬는지가 철저히 가려져야 할 것이다.
◇재산해외도피=상 교장이 받는 혐의중 하나는 재산해외도피. 상 교장은 평소 『나는 미국에 1백만달러짜리 집도 있고 먹고 살만큼 다 해놨다』고 공공연히 얘기해왔고 이 학교 재단이사장인 상 교장의 부인 이우자씨(52)는 미국 영주권자다.
교사들은 『80년대말 학교측이 동남아 연수를 시켜준다며 교사들의 여권을 가져오게 해 최대한으로 환전,수십만달러를 비밀리에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 부분도 확인해야 할 내용이다.<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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