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파 임원식 선생 기리며 일본 원로 지휘자 5년째 추모 콘서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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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운파 임원식 선생

일본 NHK교향악단의 명예종신지휘자인 일본의 원로 음악가 도야마 유조(사진)의 무대 뒤 연습실에는 두 사람의 사진이 걸려있다. 자신의 아버지와 운파(雲波) 임원식(1919~2002) 선생의 영정이다. 연습을 임 선생의 사진 앞에서 할 정도로 그를 존경한다는 도야마는 매년 8월말이면 현해탄을 건너 한국을 찾는다. 운파를 기리며 후배 음악가들이 만든 콘서트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운파 선생은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거목’으로 불린다. 식민지 시대에 태어나 미국 줄리아드를 졸업했으며 1945년 하얼빈 교향악단을 지휘하며 무대에 데뷔했다. 국내 최초의 교향악단인 고려교향악단을 창단한 것도 그다. ‘운명’ 교향곡, 오페라 ‘라 트라이비아타’, ‘신세계’ 교향곡 등이 그의 손을 거쳐 처음으로 국내 무대에 올랐다.
 

이화여고 교사 시절 그는 한국에서도 음악을 이른 나이에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 서울예술고등학교를 설립하고 초대 교장을 맡기도 했다. 호탕한 성격과 추진력으로 학교를 이끈 음악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의 장례식은 2002년 8월30일 서울예고에서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후 그의 기일을 즈음해 추모음악회가 매해 열리고 있다. 서울대 음대 신수정 학장은 “임원식 선생은 음악인들의 영원한 스승”이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음악으로 그를 기리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29일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5주기 콘서트는 도야마의 지휘로 피아니스트 이경숙·신수정,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등이 모여 자신들의 음악적 대부를 기리는 자리다. 모차르트의 네 손을 위한 소나타 C장조, 슈베르트의 현악4중주 C장조, 브람스의 피아노3중주 B장조, 차이코프스키의 현악오케스트라를 위한 안단테 칸타빌레, 모차르트의 교향곡 25번 G단조 등을 연주한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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