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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질 라마단 이전 해결 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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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탈레반과 한국 정부 간에 협상이 원활히 진행되고 있어 다음달 중순 '라마단(이슬람의 단식월)' 이전에 인질들이 석방될 가능성이 있다고 탈레반 측 협상 대표인 물라 나스룰라(사진)가 26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이날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와 거의 매일 전화로 접촉하고 있으며, 협상 전망은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한국군의 조기 철수와 한국 기독교 선교단체의 아프간 입국 금지를 강조했다. 이 인터뷰는 본지가 23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질문서를 작성해 현지 통신원 알리 아부하산(가명)에게 보냈고, 그가 질문서를 다시 나스룰라에게 전달해 이루어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남아 있는 인질 19명을 모두 석방하기로 양측(탈레반과 한국 정부)이 합의했다는 25일 현지 통신사(AIP)의 보도 내용은 사실인가.

"사실 무근이다. 우리에게 확인하지 않은 채 시중에 떠돌아다니는 소문을 가지고 쓴 것 같다."

-현재 인질 석방 협상은 어떻게 돼 가고 있나. 라마단 이전에 협상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데.

"우리도 협상을 낙관하고 있다. 한국 인질 문제가 라마단 이전에 해결되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한국 협상팀과 거의 매일 전화로 대화를 나누는 중이다."

(※아부하산은 나스룰라가 인질 석방 협상을 낙관하는 근거에 대해 "아프간 정부가 라마단에 즈음해 탈레반 수감자 일부를 석방할 것으로 보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인질들을 한꺼번에 풀어줄 수 없다면 여성들을 먼저 석방할 가능성은 있나.

"솔직히 말해 19명의 인질을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평화적이고 포괄적인 결론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여성은 우선 고려 대상이다. 이른 시일 내 좋은 소식이 나오길 기대해 보자."

-협상 타결의 조건엔 변화가 없나.

"탈레반 수감자들을 풀어달라는 우리의 요구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또한 협상 초기부터 한국군의 조기 철수와 기독교 선교단체의 입국 금지를 주요 조건으로 제시해 왔다. 한국과 아프간 정부가 이런 요구에 협조적으로 나온다면 전화 통화뿐 아니라 언제든 얼굴을 맞대고 대화할 용의가 있다."

-협상에 임하는 한국 정부의 태도는 만족스러운가.

"한국 정부의 영향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이해한다. 또 지금까지 한국 협상단이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가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을 돕고 있는 나라(미국을 지칭)에 압력을 더 가한다면 미국이 한국인들을 도와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인질들의 상태는 어떤가.

"인질들의 건강은 양호하다. 이제 다들 웬만큼 적응이 됐고, 지금 아픈 사람도 없다. 가장 큰 애로는 언어다. 인질 중 몇몇이 영어를 쓰지만 의사소통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인질이 한꺼번에 모여 있게 해달라며 단식투쟁을 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사실이 아니다. 카르자이 정권의 정보기관이 퍼뜨린 선전 공세일 뿐이다. 이런 소문을 현지 언론이 무책임하게 확산시키고 있다."

-협상에 난관이 있다면.

"인질을 구하기 위한 군사작전이 전개된다면 인질들의 생명은 100%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신예리.최지영 기자

◆라마단=이슬람력으로 9월을 뜻한다. 라마단은 알라(이슬람교의 유일신)가 천사 가브리엘을 통해 마호메트에게 코란을 계시한 달이다. 이를 신성하게 여겨 한 달 동안 일출부터 일몰까지 단식한다. 물도 마시지 못한다. 그러나 해가 진 뒤에는 마음껏 먹고 마신다. 단식에서 어린이.임산부.환자는 예외다. 음력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매년 시기가 다르다. 올해 라마단은 9월 13일 전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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