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만한문화유적지>10.남원 實相寺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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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남원은 옛향기가 물씬한 고도다.광한루를 비롯하여 만복사지 등많은 유적들이 남아있다.
실상사는 남원에서 동쪽으로 큰 재를 넘어 지리산 기슭으로 가야 한다.험준한 산골이지만 분지처럼 비교적 넓은 지역에 제법 큰 개울을 끼고 자리를 잡았다.통일신라 중엽을 넘어서면서 들어오기 시작한 禪宗의 영향으로 도시를 벗어나 산속에 본격적인 가람이 이룩되던 초기의 禪門이다.즉 九山禪門 중의 하나인 實相山門이다.신라 흥덕왕 3년의 일이다.
원래 대단한 규모의 사찰이었다고 한다.대부분의 건물들이 소실되어 그 흔적을 찾기 어려우나 석조물들은 비교적 잘 남아 있어서 웅장하였을 옛모습을 짐작하게 해 준다.
개울을 건너는 다리가 있다.예전에는 징검다리식의 돌다리였다고한다.실상사의 입구인 셈이다.이 다리의 좌우에 한쌍의 석장승이버티고 서 있다.다리를 건너면 또 한쌍이 있다.
다리를 건너기 전 한쌍은 짝을 잃고 말았다.어느해 큰 홍수에유실되었다고 전하여 온다.이 석장승(중요민속자료 15호)들은 특히 남원.순창지역에 많은 석장승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알려져 있다. 삼층석탑(보물 37호)은 雙塔으로 똑같은 모습의 두 탑이 금당 앞에 나란히 서 있다.탑의 정상부를 相輪이라 하는데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대부분 파손되고 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탑은 상륜부가 완벽하게 남아 있어서 탑을 연구하는데 반드시 거론되는 중요한 탑으로 전형적인 신라양식이다.
규모는 약간 작지만 아담하면서도 균형미가 뛰어나 보기가 좋다. 그리고 실상사 부도(보물 36호)를 비롯하여 수철화상능가보월탑(보물 33호),수철화상능가보월탑비(보물 34호),증각대사응료탑(보물 38호),증각대사응료탑비(보물 39호),석등(보물35호),약사전의 철제여래좌상(보물 41호)등이 남아 있고,주변 암자인 백장암에는 삼층석탑(국보 10호)과 석등(보물 40호)이,약수암에는 목조탱화(보물 421호)가 있어서 가위 문화재의 보고라 할 만하다.
증각대사와 수철화상의 탑과 그 비석들은 통일신라기의 부도들로초기적인 양식을 보여주고 있고,석등은 제법 규모가 크면서 아름답기도 하지만,등불을 켤때 올라서기 편하도록 계단형의 받침대가있어서 이채롭다.
실제로 석등에 불을 켰는지 의심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이 석등을 보면 그 의심이 풀린다.
실상사는 남원에서 함양쪽(24번 국도)으로 운봉을 거치면 인월이 되고,인월에서 마천 가는 지방도로 10여㎞를 가면 된다.
운봉에는 고려말 이성계장군이 왜구를 무찌른 기념으로 세운 황산대첩비가 있고,실상사에서 지리산 횡단도로를 따라 노고단 부근을넘어가면 웅장하면서도 포근한 지리산의 모습을 느껴볼 수 있으며,구례의 천은사와 화엄사도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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