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5차 실무접촉 스케치-남북교역 활성화에 원칙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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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6일만에 재개된 실무접촉에서 양측 대표는 날씨 이야기로 첫 인사를 시작.
朴英洙 북측단장은『겨울이 마지막 몸부림치는것 같다』며『어제까지 영상의 날씨였는데 오늘 아침 개성은 영하3도로 내려갔다』고먼저 인사.
宋榮大 남측수석대표도『그저께부터 서울.중부지방에 비가 왔다』며『이제 곧이어 진달래와 개나리가 꽃망울을 피울 것 같다』고 화답. 朴단장은 이를 받아『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것은 버들가지』라며『달래와 냉이가 벌써 나와 아침에 먹고 나왔다』고 소개. 宋대표도『이런 봄날에 특사가 오가길 바란다』며 이날 실무접촉에서 성과가 있기를 기대.
○…宋대표와 朴대표는 南北교역을 활성화하자는데 원칙적으로 의견을 접근.
宋대표가『지난 1~2월 南北 위탁가공이 2백80만달러를 기록,이미 지난해 실적의 60%를 달성했다』며『남북이 직접교역하면민족의 이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북측이 교역에 적극적으로 나올 것을 촉구.
이에 朴대표는『두달사이의 2백80만달러는 기대에 못미치는 것』이라며『우리는 무역제일주의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고 설명.
○…양측 대표들은 이전 접촉과는 달리 언중유골의「가시돋친 설전」을 벌이기도.
北측 朴단장은『어제 宋차관은 부인에게 밥을 해줬냐』고 물은뒤『3월8일은「국제부녀절」이어서 우리부부는 해마다 남편이 해주는밥을 먹는게 관습』이라고 소개.
이에대해 宋대표는『朴선생이 공처가인줄 알았더니 애처가구먼』이라며『나는 따로 날을 정하지 않고 관광여행과 드라이브를 수시로하면서 아내를 위로한다』고 응수.
○…양측 대표는 지난 3일 4차접촉에 이어 다시「봉투」와「보따리」로 뼈있는 설전.
朴단장은『宋선생이 이번에 큰 가방을 가져오지 않은 걸 보니 별다른게 없겠군요』라며 우리측에 무언가 내놓을 것을 은근히 촉구. 이에 宋대표는『가방대신 큰 보따리를 가졌왔다』며 朴단장이가져온 흰봉투를 가리키며 『빈봉투 가지고 왔다갔다하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라고 응수.
朴단장은 이에『이곳(통일각)까지 오셨으니 이번에는 무언가 큰것을 드려야겠다』며『잘 해보자』고 대답.
○…북측 朴단장은『얼마전 남쪽에서 발간된「주간한국」을 보니 宋선생이 회담전날이면「모의회의」를 한다고 나왔더라』면서『모의회의에서 나 朴英洙 역할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친구하고 싶다』고 농을 걸기도.
朴단장은 또『宋선생이 어느 신문엔가 朴英洙 눈빛만 봐도 속 마음을 알수 있다고 했던데 어디 오늘내 눈빛은 어떤가 말해보라』며 우리측 언론보도 내용을 빗대는 말을 계속.
○…5차 남북실무대표접촉이 열리는동안 회담장 주변에서 북측 취재기자들과 수행원등은 토머스 허바드 美국무부부차관보의「국가보안법 폐지」발언과 갈루치 美국무부차관보의 방한등에 대해 관심을갖고 남측 기자들에게 질문 공세.
북측 기자들은 또『金泳三대통령이 지난해 6월에 한 말을 취소하기만 하면 남북관계에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며 4차접촉에서제기한 金대통령 발언취소문제도 거론.
[板門店=安成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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