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직할체제로 창사후 처음 외부 회장 맞은 포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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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세계2위의 철강기업으로 한국제조업 얼굴중 하나인 浦項製鐵이 창사 26년만에 처음으로 외부인사를 회장으로 맞아 인사.경영 전반에 걸쳐 변화의 계기를 맞게됐다.
지난해초까지만해도「鐵의 사나이」朴泰俊(前 명예회장)이라는 단단한 울타리 덕에 최고경영진의 내부승진을 철칙으로 운영해오던 浦鐵로서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고 새 정부의「개혁」바람을 정면으로 안게 됐다.
지난해2월 朴泰俊씨가 정치상황과 관련해 浦鐵을 떠났으나 새 정부가 일단 내부인사인 丁明植씨와 趙末守씨를 회장과 사장으로 선택해 浦鐵 출신에 의한 포철의 변신을 도모했다가 이번에 새 정부 직할체제로 바꾼 셈이다.丁회장과 趙사장은 지 난1년간 나름대로 공기업인 포철 개혁을 추진,일정한 성과를 거두기는 했으나 결국 정부측을 만족시키지는 못한 결과가 됐으며 두 사람의 동시 전격 경질은 지난 1월초 두 사람의 불화가 제일 큰 빌미로 작용했다.
丁회장은 趙사장 팀이 자신을 주요 정책결정에서 소외시키고 있다고 판단,지난1월3일 시무식 자리에서 회장중심 운영체제를 전격 선언하고 趙사장 측근역할을 해온 張重雄상무를 해외발령(결국사표수리)하는등 독자적인 인사조치를 단행해 물의 를 빚었었다.
두 사람은 의외로 파문이 커지자 화해의 몸짓을 보였고 최근 제2이동통신사업권을 따내는 과정에서도 역할을 분담,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때 불편해진 정부 고위층의 심기를 끝내 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浦鐵의 감독기관인 상공자원부의 金喆壽장관은 8일 배경설명을 통해『경영진 불화에 대해 두 사람 모두 책임을 져야할 상황이며갈등을 자제하고 있다고는 하나 내분이 재연될 소지가 있어 국민기업을 맡기기에는 합당치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고 말했다.결국 새 정부는 두 사람의 불화에서 단서를 잡아 年 매출 7조원에 이르는 거대 공기업의 경영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이같은 배경과 관련,일부 정치권뿐 아니라 업계 일각에서는포철이 국민주주 지분 48.9%인 국민기업인 만큼「정부의 회사」가 아닌「국민의 회사」로 키워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정부는 지분 35.7%의 최대 주주로서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으나 앞으로 행여나 고위층의 비위를 거슬렸다고 해서 경영진이 전격 교체되는 사례가 생겨서는 경영의 안정을 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포철은 세계 철강업계를 좌우할 정도로 수출과 내수면에서 기여도가 너무 커 흔들림이 없어야할 기업이다.외부에서 영입된 金신임회장이「철강왕국」으로까지 일컬어지고 있는 포철에 무혈입성했지 만 앞으로 개혁작업이 순탄하지 만은 않을 듯하다.
어쨌든 지난해봄보다 큰 시련을 겪게된 浦鐵의 향방이 주목을 받게됐다.
〈金 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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