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22 못산 日, 8100억원 들여 F-15 '트랜스폼'

중앙일보

입력

일본이 기존 주력기인 F-15 전투기의 성능 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 방위성은 내년도 국방예산에 이 전투기 성능 향상 비용으로 전년 대비 4배에 이르는 1000억 엔(약 8100억원)을 요청했다고 21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이 보도했다.

F-15 성능 향상 작업의 핵심은 첨단 합성개구레이더(SAR:Synthetic aperture radar)를 장착하는 것이다. 스파이 위성 등에 사용해온 SAR을 장착하면 고속으로 움직이는 동안에도 지상의 지형지물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 레이더를 달면 공격력과 방어력 모두가 대폭 향상된다.

일본은 1981년부터 203대의 F-15J(1인승 실전용)과 20대의 F-15DJ(2인승 훈련용)를 도입했다. 이 가운데 F-15J 2대와 F-15DJ 12대만 미국에서 제작했고, 나머지는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이 기술을 도입해 면허 생산했다. 그만큼 충분한 기술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미쓰비시는 F-15J에 자체 기술로 생산한 레이더를 장착하는 등 뛰어난 개량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SAR까지 장착해 F-15의 성능을 대폭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미 의회가 지난달 F-15J보다 상위 기종인 F-22 랩터 100대 가량을 구매하겠다는 일본의 요구를 거절한 것도 사실상 이같은 기술 유출 문제와 직결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 F-22를 판매하면 미 공군력의 핵심인 스텔스 기능과 같은 첨단기술이 처음으로 다른 나라에 넘어가기 때문이다. 미 의회는 이런 우려 때문에 1998년 F-22가 시험비행에 성공하자 대외 판매를 2015년까지 금지했으며, 앞으로도 이 방침을 유지할 방침이다.

그러나 일본의 F-22에 대한 집착은 여기서 끝날 것 같지 않다. 일본은 장차 중국과 러시아의 공군력에 대응할 기종은 F-22밖에 없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제4세대 전투기인 F-15은 성능 면에서 제5세대인 F-22에 대적하지 못한다. 일본이 F-22를 탐내는 이유다. 일본은 70년대와 80년대에 들여온 F-4, F-15 전투기 250~300대를 조만간에 차세대 기종으로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일본은 스텔스 성능을 지닌 제5세대 전투기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올해부터 10년간 수백억 엔의 예산이 들어가는 유인 실험기의 개발에 착수키로 했고, 최종적으로는 자체 기술을 활용한 스텔스 전투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도쿄= 김동호 특파원

◇F-15와 F-22=F-15는 1976년 미 공군에 첫 실전 배치된 기종으로 작전 반경이 크고 공중전 능력이 뛰어나다. 95년 일본 항공자위대의 훈련 도중 오발사된 미사일에 맞아 추락한 것을 제외하곤 격추된 적이 한 번도 없다. 대당 약 1억 달러. F-22는 스텔스 기능이 뛰어난 5세대 전투기로 랩터(맹금류)로 불린다. 미 공군이 2005년 12월 첫 실전 배치했으며 이달부터 본토 밖 알래스카에도 40대를 배치한다. 가격은 약 2억6000만 달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