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정책과 연계 됐을까 촉각/미 “보안법 폐지” 요청 발언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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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 “인권정책 원칙 언급일뿐” 해명/한국 반응에 당황 통상마찰 우려
토머스 허바드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가 지난 25일 발언한 한국 국가보안법 폐기촉구는 북한핵과 관련 없는 미국정부의 일관된 세계인권정책에 따른 신중한 발언이었다고 미 국무부가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허바드 부차관보가 북­미 뉴욕 비공식접촉 미국측 대표일 뿐만 아니라 북­미간의 핵문제를 둘러싼 뉴욕접촉이 타결되는 날에 발표됐다는 시기적 우연성으로 인해 미국의 의도에 관한 여러가지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의회 희망 피력
미 국무부는 한국정부측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자 2일 특별성명까지 발표,허바드 부차관보의 아메리칸대학 발언은 미국정부의 일관된 세계인권정책을 반영한 것이며 더욱이 이는 한국정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최근의 민주주의 및 인권신장을 높이 평가하는 가운데 포함된 한국정부의 추가조치를 촉구하는 미국의 희망을 피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미 국무부는 고위관리들이 이날 오전 상당기간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미국 정부의 공식입장을 밝힐 것인가를 두고 고심에 찬 협의끝에 해명성 특별성명을 만들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 고위관리들은 예상보다 허바드 부차관보의 발언에 대해 내부적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이는 미국정부의 국가보안법 폐기촉구로 인해 한국내에서 정치적 분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허바드 부차관보의 발언은 실수에 의한 지나가는 말이 아니라 미국의 인권정책을 반영한 신중한 것이었다고 설명하고 있어 허바드의 발언을 옹호하고 있다.
이것은 그의 발언이 북한핵과 관련되어 있거나,아니면 앞으로 있을 한미간의 통상마찰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은 북한핵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이 이루어지고,남북한 특사가 교환될 경우 오는 21일부터 제네바에서 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을 개최한다는데 합의하고 있다.
○한국인권 선 제기
특히 앤터니 레이크 백악관담당 보좌관은 이 3단계 고위급회담에서 미국측은 대북한 외교승인 전제조건으로 북한의 인권문제 해결을 제기한바 있다.
따라서 미국측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에 대한 인권압력을 강화하기 위해 북한이 제기할 수도 있는 한국쪽의 인권문제를 미리 짚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미국은 또 오는 11일 중국 북경을 방문하는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이 북한 핵문제를 논의하는 한편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이는 중국의 인권문제를 북한핵과 연계시키라는 미국 내부의 요구와도 관련이 없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동북아시아 인권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활발한 외교노력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허바드 부차관보가 미 국무부 고위관리로서는 이례적으로 한국의 국가보안법을 거론하고 나섰으니 이들 문제가 모두 연계되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오히려 당연하다.
더욱이 북한 인권문제를 다음의 대북한 외교지렛대로 이미 결정한 미국정부는 한국의 국가보안법은 대북한 협상에 걸림돌이 된다는 계산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국의 문민정부로서는 어떻든 미국측이 이같은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상당한 타격을 본 셈이다.
더군다나 이것이 북핵문제 해결과 맞불려 제기될 경우는 국내적으로도 상당한 파문이 예상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민정부에 상처
미국의 진의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뒷맛이 개운치는 않다.
미 국무부 고위관리들이 특별성명문안을 두고 고심했다는 뒷얘기는 한미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미국의 고충을 드러낸 것인지도 모르겠다.<워싱턴=진창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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