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올림픽> 러시아-예상깨고 재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가는 것일까.
기껏해야 3위 정도로 추락할 공산이 크다고 예상된 러시아가 당초 예상을 뒤엎고 종합우승을 차지,저력있는 북극곰의 기개를 다시 한번 떨쳤다.
舊소련 붕괴후 92알베르빌 겨울올림픽에서 독립국가연합(CIS)이란 단일팀을 구성,수성을 노렸지만 통일독일에 패권을 뺏기는수모로 이빠진 늙은 곰 정도로 생각됐던 러시아가 다시 일어선 것이다. 그것도 15개 공화국의 분리 참가에서 따낸 당당한 종합우승이라 하위권을 확신하던 미국등 일부 국가의 코를 납작하게만들었다.
파탄에 가까운 경제난에 시달리는 러시아가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인 홈 팀 노르웨이를 금메달 1개차로 따돌리고 舊소련 전적포함,통산 8차례 종합우승을 거머쥔 원동력은 무엇일까.
피겨 스케이팅의 압도적 강세와 28세의 鐵女 류보프 예고르바가 맹활약한 여자 크로스 컨트리의 분전이 28년만에 정상을 노리던 노르웨이의 꿈을 빼앗으며 스포츠 강국 러시아의 위상을 재확인시켰다.
러시아는 피겨 스케이팅 4종목중 여자싱글을 제외한 남자싱글.
페어.아이스댄싱에서 금메달 3.은메달 2의 엄청난 성적을 올렸다. 여자싱글 또한 우크라이나의 옥사나 바이울(16)이 차지,옛 체제였다면 전종목 석권의 유례없는 결과를 남길뻔 했다.
특히 그린코프-고르디바 부부조에 의해 일궈진 페어 9연패엔 아무도 감히 토를 달지못했다.
러시아의 유서깊은 발레연기가 장중하면서도 비극적인 선율을 따라 그대로 피겨 스케이팅에 녹아들어 독보적 위치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또 남자 크로스 컨트리가 노르웨이의 메달밭이라면 여자 크로스컨트리를 러시아 몫으로 만든 올림픽 2회 연속 3관왕의 예고르바가 우승의 견인차였다.
러시아는 또 부족한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리복社와 제휴,유고에서 최고급 선수단복을 만들어 오는 기지를 발휘했는가하면 올림픽의 영광이 곧 상품가치로 직결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격려금등의 실질적인 혜택대신 말만의 공수표로 선수들의 투혼을 일깨우는데도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56년 제7회대회에 첫 모습을 드러낸 이후 11번의 대회동안 종합우승 8차례,준우승 3차례의 가공할 성적을 남긴 러시아가 이같은 전통을 계속 이어갈지는 미지수.
신예들로 구성된 아이스하키팀이 통산 8회 우승의 역대전적을 무색하게 입상에 실패한 것등이 좋은 예로 결국 舊소련에서 물려받은 피겨 스케이팅의 유산등으로 아직까지 부자 행세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따가운 소리를 듣는 것이다.
[릴레함 메르=劉尙哲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