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어음 수신금리 인상/0.3%P 올려 11.5%로/단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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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실세금리 오름세 따른 결정”/2단계 금리자유화이후 처음
통화당국의 자금 조이기로 시중 실세금리가 크게 오르고 있는 가운데 단자사의 어음상품 수신금리가 지난해 11월의 2단계 금리자유화 이후 4개월만에 처음 인상됐다.
단자사들이 대출금리도 아닌 수신금리를 올린 것은 최근의 실제금리 오름세가 상당기간 계속되리라는 판단이 바탕에 깔려있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동양·대한·중앙·제일 등 서울지역 단자사들은 지난 주말부터 3개월이상 기업어음(CP) 수신금리를 연 11.2%에서 11.5%로 0.3%포인트 올려받고 있다.
단자사들은 또 조만간 어음의 액면과 기간을 쪼개 파는 표지어음의 수신금리도 현재의 연 11%(61일 이상물)에서 상향조정할 방침이어서 단기상품금리 인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CP 수신금리는 지난해 11월1일 금리자유화 직전의 연 13.7% 수준이었으나 지난주에는 연 11.2%까지 하락,다른 금융상품과의 금리 경쟁력을 잃은 상태였다. 단자업계에서는 최근 물가동향이 심상치않아 이를 잡아야 한다는 정부의 부담이 어느때보다 큰 만큼 통화 긴축기조가 당분가 계속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게다가 내달의 법인세 납부,배당금 지급 등의 자금수요가 기다리고 있고 설비투자가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켤 시기가 됐다는 점을 들어 금리오름세의 지속을 점치고 있다.
제일투금 박현호 금융부장은 『최근들어 기업들의 어음할인 요청이 늘어나고 있으며 일부에선 미리 자금을 당겨 확보해 놓자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단자사들이 수신금리를 적극적으로 올릴 형편은 아니나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고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만큼 인상했다』고 밝혔다.<이재훈기자>
◎해설/대출금리도 뒤따라 오를듯/「물가­통화­금리부조화」 조짐
「저주가 고금리」 현상이 나타난데 이어 이번에는 단자사의 수신금리가 오르는 등 「물가­통화­금리의 부조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단자사들의 기업어음(CP) 금리 인상은 단순히 최근의 실세금리 오름세가 반영된 것이 아니라,더 근본적으로는 올해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어려운 숙제인 「거시 변수간의 조화」가 발등의 불로 떨어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단자사의 수신금리 인상은 자연히 대출금리의 오름세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양도성 예금증서(CD)와 당좌대출 등 자유화돼 있는 은행권의 여·수신 금리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아직은 이같은 금리 오름세가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같은 상황이 잘못 풀리면 경기회복을 앞둔 기업들의 투자에 찬물을 끼얹을 뿐 아니라,저주가 고금리에 매력을 느낀 외국자본은 더욱 많이 들어올 수 있다. 그렇다면 해외부문의 통화증발은 더욱 커지고 통화관리는 더욱 어려워지게 되는 악순환이 연출되는 것이다.
물론 부정적인 관점에서의 시나리오지만 그같은 최악의 경우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더구나 마치 물가와 통화,금리를 따로 따로 떼어 놓고 그때 그때 급한 불만 끄려고 하는 듯한 현 경제팀에게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이들 정책 변수들을 다 함께 고려하는 새로운 정책조합이 어느때 보다도 필요하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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