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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수출한 벤츠, 獨서 역수입 '재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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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독일에서 미국으로부터 역(逆)수입되는 독일차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유로화가 치솟고, 달러화가 떨어지면서 같은 차종이라도 미국에서 수입되는 차와 독일 내수차의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미국으로부터 독일산 BMW.벤츠.포르셰 등 고급 차종이 독일로 역수입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독일에선 수출 차량을 다시 들여오는 것이 불법이 아니어서 각국의 세금과 환율 차이를 겨냥한 전문 판매딜러들이 성업 중이다.

현재 포르셰 911 카레라 GT.롤스로이스 팬텀 등 최고급 차종의 경우 독일과 미국 판매가격이 최고 10만유로(약 1억5천만원)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고 시장조사기관인 비엔디 포어케스트는 전하고 있다.

BMW X5-4.4i 차종은 독일에서 6만2천2백50유로에 팔리지만 미국 내 소비자가격은 4만1천2백유로다. 폴크스바겐의 인기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인 투아렉 V8은 미국에서 들여오면 독일시장보다 무려 45%나 저렴한 3만2천5백60유로에 살 수 있다.

지난해 독일차 시장에서 역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은 1% 안팎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 유로화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강세를 지속하면서 역수입차 시장의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 독일어판(FTD)은 내다봤다. 미국으로 수출된 포르셰 차종의 10~15% 정도가 유럽으로 재수입되고 있어 포르셰 직영딜러들의 타격이 심하다고 한델스블러트지는 전했다.

16일 현재 유로당 달러 환율은 1.24다. 독일 고급차 업계는 유로 환율이 1.30을 넘어서면 역수입차가 대거 들어오면서 내수시장이 허물어지기 시작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독일차 업계는 자동차가격을 환시세 변동에 따라 자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실제로 유로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독일 완성차 업체들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내수시장은 경기 침체로 뒷걸음치고 있는 데다 해외시장에서는 환차손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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