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10만원 '성인 폰팅' 무차별 유혹…중독자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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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여인의 향기를 느껴보세요…'.

인쇄업체에 다니는 유모(29)씨는 지난해 초 한 폰팅 업체로부터 이 같은 휴대전화 메시지를 받고는 마음이 솔깃했다. 기대반 호기심 반으로 직접 통화를 시도한 그는 이후 사흘에 한번은 폰섹스를 해야 하는 폰팅 중독자가 됐다. 유씨가 일년간 이 폰팅 업체에 낸 이용대금은 5백만원, 다른 업체의 요금까지 합치면 1천만원을 훌쩍 넘었다.

회사원 임모(31)씨도 지난해 9월 비슷한 내용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받았다. 이상 야릇한 메시지들을 지우다 무심코 한번 통화를 시도했다. 이후 그는 보름간 폰팅 요금으로 1백만원을 날렸다. "통화 시간이 길지도 않았는데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다"고 불만을 터뜨렸지만 때는 늦은 뒤였다.

성인용 휴대전화 쓰레기(스팸) 메시지의 유혹에 빠져 '큰코다치는'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유.임씨의 경우 최근 검찰이 폰팅업체를 수사하면서 나온 실제 사례다.

19일 서울지검 컴퓨터수사부(부장검사 李昌世)는 정보 이용료 등으로 10억~30억원씩 모두 1백75억원을 챙긴 혐의(사기 등)로 P폰팅업체 대표 南모(40) 등 폰팅 업체 대표 9명을 구속 기소, 26명을 불구속 또는 약식 기소하고 10명을 수배했다. 이들 9개 업체를 이용한 사람은 40만여명에 이른다.

南씨는 지난해 3~12월 폰팅광고 쓰레기 메시지를 대량으로 발송할 수 있는 기기를 산 뒤 여성 상담원을 고용, 아무 번호나 찍어 무작위 발송했다. 南씨는 정보이용료 명목으로 30초당 5백~9백원(시간당 평균 10만원)을 받았지만 정작 여성 상담원들에게는 시간당 6천~9천원만 줘 폭리를 취했다.

한 수사 관계자는 "업체들은 폰팅사이트에 미모의 여성 사진과 함께 가짜 성명.나이.직업 등을 올려놓아 폰팅 상대가 사진 속 인물인 것으로 속였다. 그러나 이들의 통화 상대방은 가정주부.직장 여성이 아니라 고용된 여성 상담원들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영업 중인 국내 폰팅업체 4백여개 중 연 매출액 1억원이 넘는 업체만 50여개며, 이들 업체의 연 매출액은 2천4백억원가량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하루 평균 7백만통(연간 25억5천만통)이 발송되는 쓰레기 메시지 가운데 80%인 20억통이 폰팅 업체에서 발송돼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한 폰팅 업체 대표를 수사하는 도중에 주임검사의 휴대전화로 이 업체의 폰팅 메시지가 수신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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