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년연장보다 청년실업이 우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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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하고, 정년 전에 고령을 이유로 퇴출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가칭 고용평등촉진법이 연내 제정돼 내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정년 기준연령은 2008년에 60세로 한 뒤 5년마다 한살씩 늦춰 2033년에는 65세로 하는 방안이 정부에 의해 검토되고 있다. 고령화 사회 진입에 맞춰 노동인력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명분은 있으나 시기와 실현 방법에 모두 문제가 있다.

우선 이 시점에서 과연 정년 연장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해야 하느냐의 문제다. 현재 우리의 당면 과제는 청년 실업의 해소다. 오죽하면 '20대의 절반이 백수'라는 자조적 의미의 '이태백'이라는 조어까지 등장했을까. 이런 마당에 정부가 느닷없이 정년 연장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은 정책 우선순위를 무시한 한심한 발상이다. 우선은 청년실업을 줄이는 데 전력투구해야 한다.

고령사회를 대비해 정년 연장이 확대되기를 원한다 해도 방법이 문제다. 고용 문제는 사실 개별기업의 사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 월급을 주는 곳이 정부가 아니고 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법으로 강제할 경우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보기술(IT)산업 같이 젊은이가 필요한 업종에 60세 정년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따라서 정년 연장 도입 여부는 기업경영의 고유영역으로 인정하고 정부는 간접적으로 이를 지원하기만 하면 된다. 가령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적게 받고도 나이에 관계없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방법 등이다. 기업 경영환경이 극도로 악화된 지금의 상황에서 종업원 정년까지 연장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이러한 고용정책이 혹시 총선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불과 3개월이라는 짧은 검토기간을 거쳐 왜 이 시점에 이런 정책을 발표했는가. 장년층을 의식한 정부의 생색내기로 비칠 수 있다. 지금의 경제 목표는 단 하나다. 우선 일자리를 늘려 일할 기회를 갖지 못한 청년부터 구해야 한다. 그 뒤에 우리 경제에 여유가 생긴다면 정년 대책을 논의해도 늦지 않는다.

***바로잡습니다

◆1월 20일자 22면 '정년 연장보다 청년실업이 우선'제하 사설에서 '기업 경영환경이 극도로 악화된 지금의 상황에서 종업원 정년까지 연장하라고 정부의 생색내기로 비칠 수 있다', '장년층을 의식한 강요할 수는 없다'부분은 각각 '기업 경영환경이 극도로 악화된 지금의 상황에서 종업원 정년까지 연장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장년층을 의식한 정부의 생색내기로 비칠 수 있다'는 표현이 잘못 표기된 것이므로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