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은행들 왜 고전하나-急造따른 기반 미비 후유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지난 89년 대통령 공약에 따라 신설된 동화.대동.동남은행등후발은행들의 경영상태가 한결같이 좋지않다.
금융계는 이들 은행이 뒤떨어지는 공통 요인으로 이들 은행의 설립자체가 경제적 이유보다는 정치적 고려에 의해 갑자기 이뤄져인력충원이나 영업기반 확보에 문제가 많았던데다 설립 이후 주변여건도 어려웠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은행을 만들면서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을 급히 끌어쓰다보니 자질이나 경험이 떨어지는 사람도 들어왔고 출신별로 파벌이 형성되기도 했다.이런 과정에서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터졌으며 행장 자리가 오래 비는 경영공백 상태도 가져왔다.
동화은행의 경우 임원진이 이북 5도와 미수복지구의「대표」격으로 임명됐으며 이에 따라 은행 이익보다는 출신 집단의 이익이 우선되는 경우도 있었다.지난해 이 은행의 경영을 어렵게 한 결정적 계기가 된 安永模 前행장의 구속도 임원진 간 불협화음에서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다.
대동은행도 대구상고와 非대구상고 출신간 알력이 상당한 것으로비춰지고 있다.이는 결국 이달초 權泰學행장의 사의 표명까지 몰고 온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금융계 분석이다.
대동.동남은행은 지방 중소기업지원 전담은행이어서 총 대출금의90%이상을 중소기업에 지원해주어야 한다.때문에 대출과 연계해우량 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을쓰기가 쉽지 않다.
동남은행의 경우 부산지역에 이미 부산.경남은행이 있는데다 기존 대형 시중은행의 지점도 많아 경쟁에서 뒤진다.
대동은행도 같은 지역에 지방은행중 영업기반이 가장 튼튼한 대구은행이 버티고 있어 공략하기가 쉽지 않았다.
세 은행은 공교롭게도 경기가 아주 좋았을 때 설립됐지만 곧 침체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했으며 부동산값이 크게 치솟아 있는 상태였다.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영업확대는 힘들고 임대료가 비싸 지점을 내는데 돈도 많이 들었다.
더구나 동화은행을 뺀 두 은행은 주식시장의 침체 때문에 원하던 增資를 하지 못해 자본금(2천억원)면에서도 열세다.
자금운용 또한 세 은행은 기존 시중은행에 비해 高금리인 신탁상품이 많은 편이어서 預貸마진에서도 불리하다.
금융전문가들은 이들 은행이 당분간 수신실적을 올리기 위한 팽창위주의 영업보다는 내실 다지기를 하고 경영진사이의 화합을 이루는게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금융당국은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중인데 이들 은행에도 반가운 소식이 될 전망이다.
〈梁在燦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