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올림픽>쇼트트랙 금2.은1개 신화 일군 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하마르=劉尙哲특파원]23일 오전5시반(이하 한국시간)의 하마르 암피시어터.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남자1천m 결승 출발선에나선 金琪焄(27.조흥은)의 두눈에선 광기가 흘렀다.
캐나다의 데릭 캠벨과 후배 蔡智薰(20.연세대),또 영국의 니컬러스 구치를 레이스 안쪽에 세운채 아웃코스 맨 바깥에 자리잡은 金은 출발총성과 함께 특유의 느긋한 레이스 운영에 들어갔다. 「과욕은 금물,서로 사인하라」-.경기에 앞서 코칭스태프와선수들은 미끄러져 넘어지는 자충수를 두지않기 위해 이처럼 약속했기 때문이다.
모두 9바퀴를 도는 레이스의 중반에 접어들 무렵인 4바퀴째 직선코스에 나서며 채지훈이 스퍼트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안하게도 맨꼴찌로 달리던 金은 채지훈이 바깥쪽으로 질주하는 틈을 타 3위자리를 비집고 들어섰다.金의 유명한 오른발 외발타기 코너링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은 6바퀴째를 돌면서부터.쏜살같이 선두로 金이 내빼는가 싶더니 캠벨 이 구치의 반칙으로 링크에 나동그라졌다.
승부처에서 한번잡은 선두는 결코 뺏기지 않는 金은 여유있게 2년전 알베르빌 우승 당시의 그 폼인 두팔을 쭉 뻗으며 골인했다. 만면에 웃음을 머금은 채.
애국가,아리랑이 자연스럽게 터져나오는등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한국의 꼬마 여전사들이 3천m릴레이에서 덩치의 캐나다,미국.중국을 메치는 장거를 이룩했다.
체격에서 워낙 차이가 난탓인지 총 27바퀴중 초반 7바퀴를 돌았을때 맨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운명은 9바퀴를 남기고 뒤바뀌었다.중국에 앞서 박빙의리드를 지키던 캐나다가 미끄러져 넘어진 것이다.
순식간에 全利卿(배화여고)→金昭希(대구정화여고)→元蕙敬(신반포중)→金潤美(정신여중)로 이어지는 한국은 언제 따돌렸는지 미국을 뒤로 남긴채 중국에 바짝 따라붙었다.
1m50㎝의 단신 김윤미가 중국선수의 틈을 비집고 나선뒤 김소희.전이경등이 역주,3바퀴째부터는 단독선두를 질주한 끝에 아무도 생각못한 감격의 우승을 낚아낸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