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국가생존 차원의 국제화-민간분야 자생력회복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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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근 우리 국민의 관심이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치를 다시 돌아보고 대외경쟁력을 제고시키는데 다시 모아지고 있음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급격히 진전되는 전세계적인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추세와 이에따른 국제경쟁의 첨예화가「國際化」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시 국민적 공감대를 느꼈음인지 과거 정권들이 단골로 사용하던「安保」를 「국제화」로 대체,정책의 상위개념으로 채택한듯 싶다.
지난 십수년간 국제정치경제의 움직임.변화와 국제인력시장의 생존원리를 좀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던 필자로선 국제화란「개인.집단 또는 국가차원이건간에 다양하고 경쟁적인 국제사회에서 생존의 기회와 능력을 극대화하는 현상이나 노력 그 이상도,그 이하도 아니다」고 정의하고 싶다.
따라서 외국어 구사능력이나 해외생활 경험 또는 옷입는 맵시나손짓.몸짓을 국제화의 잣대로 본다든지,외국인의 경제행위에 대한몇가지 규제를 풀거나 純國內派(?)인사들의 해외견문여행을 주선하는 정도의 노력으로 국제화가 쉽게 이루어질 것으로 착각해선 안된다. 「안에서 새는 쪽박은 밖에서도 샌다」는 옛말이 있듯이우리의 국제화도 안에서의 의식과 행태의 변화에서 출발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필자를 포함해 우리 사회의 국제화를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우리의 의식구조와 행태 두가지를 지적해 보고자 한다. 첫째,多樣性에 대한 인식과 이해의 부족이다.
다른 사람의 직업을 다 더럽고 비천한 것으로 본다든지,외국인을 무조건「놈」으로 부른다든지,타인에게 고정관념을 강요한다든지하는 우리의 배타적이고도 편협한 意識構造는 국제화에 앞서 반드시 고쳐져야 할 것이다.
버터냄새가 난다고 비아냥거림을 받기가 싫어 모국을 방문하기를꺼리는 해외교포 2세들이 있는게 현실이고 보면 우리의 국제화는무언가 근본부터 잘못돼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자기 동포가 여러가지 환경적 요인때문에 다른 생활습관과 행태를 가졌다하여 이를 포용할 수 없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외모까지 다른 외국인을 공동사회의 한 가족으로 받아들일 아량이 있겠는가. 둘째,우리의 위치와 능력,그리고 사회적.문화적 배경에 대한 충분한 省察의 부족이다.이러한 성찰의 부족은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종종 발견하듯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해 자기 도취에빠져 있는 排他的 과대망상이나 반대로 과다한 문화적 劣等感,궁색한 논리 전개등으로 나타나게 마련인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으로 뒤떨어진 開途國에 나가 마치 점령군이나 된양 행동하는 관광단이나 물건을 팔러 왔는지 자신의 알량한富를 재러왔는지 모르는 것같은 무역인을 볼때면 우리 사회 국제화의 현주소라도 보는 것같아 가슴이 아프다.
역으로 해외에 사는 교포들이나 선진국에 유학했던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병폐에 대해 애정없는 비판이나 이해성 없는 불평을 늘어놓을 때도 서글픈 마음이 든다.
사실 여러 측면에서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시민의식에 대해 필자도 항상 불만을 가져왔음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문화적.역사적 배경을 숙고해보면 여러가지 비합리성이 이해될 수 있으며 동시에 다른 사회가 갖지 못한 장점과무한한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는 남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다고믿는다. 사회 각 부문의 민주화와 더불어 가속화되는 한국사회의自生的 국제화에 큰 기대를 건다.
정부는 국제화를 주도하기 보다 건전한 방향 제시나 민간분야의자생력을 회복하는데 보조역할을 하는 정도로 그쳐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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