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맞교환 계속 고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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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프가니스탄의 무장단체 탈레반이 한국인 23명을 납치한 지 19일로 한 달이 된다. 그동안 두 명(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이 피살됐고, 우여곡절 끝에 김경자.김지나씨는 풀려나 17일 귀국했다. 아직도 19명은 인질로 잡혀 있다.

두 명 석방 후 다시 열려 기대를 모았던 16일의 정부 협상팀과 탈레반 간 대면 협상은 소득 없이 끝났다. 이에 따라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탈레반이 동료 수감자 석방 요구와 관련, 자신들의 협상 대표에게 전권을 부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일었다. 하지만 탈레반은 이날도 수감자와 인질을 8대 8로 맞교환하자는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

탈레반 협상대표 중 한 명인 물라 나스룰라는 본지 통신원 알리 아부하산(가명)과의 통화에서 "16일 오후 6시30분(한국시간)부터 11시30분까지 5시간 동안 마라톤 협상을 했지만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면 협상에서 탈레반은 석방 요구 수감자 8명의 명단을 바꾸거나 줄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프간 정부나 한국 협상팀으로부터 그에 관한 아무런 제안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나스룰라는 "한국 협상팀이 수감자 8명 석방은 자신의 권한 밖이라고 계속 주장했다"며 "아프간과 미국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듣지 못한 탓인지 이들의 표정은 어두웠다"고 말했다고 아부하산은 전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아프간과 미국 측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우리는 대면 협상을 계속하겠다"며 "협상이 다음주에 속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부하산은 "수감자.인질 맞교환에 대한 아프간 정부의 완고한 태도로 볼 때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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