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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적 남성미 청소년에 어필-마지막승부 왜 인기끄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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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 드라마의 성공은 철저히 젊은층 감각에 호소하는 전략이 그대로 맞아떨어진데 있다.장동건.손지창등 청춘스타들이 대거 나오고,여기에다 농구라는 스포츠의 역동감과 록음악의 강한 비트가 젊음을 끌어들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마지막 승부』의 인기는 이같은 요소를 그저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적 청소년 드라마」라는 형태로 교묘하게 배합한데서 그 근거를 찾아야 할것 같다.
이 드라마의 주된 매력은 3명의 남자 주인공들이다.동민(손지창)은 어머니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우정을 저버리지만 성실하고 책임감이 돋보인다.고아인 선재(이종원)는 의리.열정에 있어남성의 상징처럼 그려진다.가난한 가정 출신인 철 준(장동건)은많은 갈등을 겪으며 강한 남성으로 변모해간다.
이들은 처한 사정이 각기 다르지만 젊음과 능력,남성적 이미지를 갖춘데다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영웅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동민이 경기종료 직전 3점슛을 성공시켜 역전승을 이끈다든지,철준이 혼자 남아 모래밭을 달리다 쓰러지는등 이들의 영웅주의를 그려내는 장면은 드라마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반면 여주인공들은 극히 여성적이다.동민과 철준 사이에서 방황하는 다슬(심은하)이 대표적이다.농구부가 해체되는 비운을 맞은철준에게 급격히 기우는 그녀는 모성적 사랑을 보여준다.
이 드라마 속의 여성들은 자신의 삶을 사는 독립적 여성이 아니라 사랑하는 남자만을 위해 사는 모성적 여성이다.이들 영웅적남성상과 모성적 여성상이라는 고전적 인물들이『마지막 승부』의 기본틀을 이루며 시청자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승부』는 영웅 부재시대에 영웅을 그리다보니 현실과는거리감있는 상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영웅적 개인을 속박하는 가족의 모습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대다수 청소년들의 고민거리인 공부를 제쳐놓은채 농구로 성공하고 사랑도 얻 는다는 스토리는 많은 청소년들에게 위안이 될지 모르지만 도피적 대안이 되기쉽다.
농구부가 해체되자 암흑가에 몸담게 된 선재가 1천만원을 빼돌려 고아원에 기부한다는등의 만화적 구성 또한 이 드라마의 인기가 공허한 것일 가능성을 시사해준다.
그럼에도 공부에 찌든 청소년들에게 그들의 얘기를,그들의 영웅상을 농구와 록음악이라는 「그들의 언어」를 통해 역동적으로 표출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마지막 승부』는 대표적 청소년프로로 평가받을만 하다.
〈郭漢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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