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對北송금 6인 왜 사면 추진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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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 김대중(DJ)정부 당시의 대북송금 관계자 6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추진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사면 시기는 4.15 총선을 한달반 앞둔 2월 말이다. 선거 여론이 형성되는 시점이다. 지난해에는 이들에 대한 성탄절 특사도 검토됐으나 시기가 미뤄진 것이다. 이 때문에 야당은 "호남 민심을 고려한 정치적 사면"이라고 펄펄 뛰고 있다.

이들에 대한 특별사면은 두 가지 측면에서 봐야 할 것 같다. 우선 정치적 측면이다. 청와대는 정치적 고려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민정수석실의 한 핵심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특검법을 수용할 당시 그 범죄가 절대 용서 못할 일이라고 한 여론은 거의 없었다"며 "송금 절차 등 진상은 밝히되 사법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盧대통령의 생각이 그간 곡해돼 정상화시키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청와대 정무관계자들도 "총선 표를 따지자면 보수층의 반발을 초래해 악영향도 있는 것 아니냐"며 "사면과 관련된 정치적 손익계산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률적 측면에서 보면 정치적 고려가 있음이 감지된다. 이들에 대한 청와대의 사면 방침이 대법원 확정 판결 전에 이미 결정됐다는 점 때문이다. 전례와 다르다. 사면 대상인 임동원 전 원장, 이근영 전 산은 총재,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은 지난해 11월 28일 항소심에서 모두 기각을 당했고 현재 2월 말께의 상고심(항소심 이후 2개월 이내)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대북송금은 통치행위라며 무죄를 주장해온 당사자들이 상고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상호 교감에 의한 뒷거래'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고 엄청난 논란을 부를 수 있다.

최근 盧대통령이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것" "한나라당 대 열린우리당의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던 흐름도 이런 정치적 고려의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盧대통령의 지지도 추락이 시작된 이면에는 당시 특검법 수용 직후 철통 같던 호남 유권자들의 지지가 썰물처럼 빠진 것이 영향을 미친 측면이 컸다.

盧대통령은 최근 김대중도서관 개관식에 참석, "金전대통령은 세계적 지도자"라고 언급하기도 했었다. 그 연장선에서 'DJ사람들'에 대한 사면으로 '호남정서 다독이기'를 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더불어 金전대통령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져 최소한 DJ의 총선 중립을 기대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盧대통령은 이미 신년사.연두기자회견 등을 통해서도 "남북관계를 더욱 내실있게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철도와 도로의 연내 개통, 개성공단 시범단지 하반기 가동 등으로 6.15 남북 정상회담의 정신이 실천될 것"이라고 했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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