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뉴욕서 본 한국의 증시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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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의 재무부를 증권거래소에 상장시킨다면 株價가 3백만~4백만원을 넘어서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요즘 뉴욕 월스트리트의 증권투자자들 사이에 나도는 조크중 하나다.
최고 시세인 이동통신 주식이 40만원선인데,「재무부」의 주가는 이것의 10배도 넘을 것이라고 비아냥거린다.
이는 물론 재무부를 추켜세우는 게 아니라 깎아내리는 이야기다. 한국의 재무부는 無所不能으로 주가를 마음대로 올리고 내리고하니 그런 막강한 힘을 가진 기업이 있다면 株價 또한 엄청난 수준이 아니겠느냐고 비꼬는 조크인 것이다.
이 정도는 그래도 점잖은 편이다.對韓투자 책임자중 어떤 이는『한국정부의 증시정책은 한마디로 미쳤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주가가 급등현상을 보인다는 이유로 정부가 직접 시장에 뛰어들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찬물을 끼얹는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흥분한다.
이들에게 아무리 한국 증시의 특수성을 설명해 봐야 소용없다.
주가가 내리든,오르든 왜 정부가 직접 개입해 갖가지 명령을 쏟아내느냐고 반문한다.
시장을 닫아 놓고 한국사람들끼리만 했을 때는 이런 시비가 생기지도 않았다.소위 開放이라는 것을 하니까 생겨나는 문제들이다. 위탁증거금제도만 하더라도 재무부가 증시진정책을 쓸때마다 동원해 왔던 단골 메뉴다.그동안은 1백%의 증거금을 쌓게 한들 시비될게 없었다.정부가 결정하면 그만이었다.이젠 그게 아니다.
위탁증거금이 몇%이든간에 당장 미국의 투자자들은 국내법에 저촉돼 한국주식 매입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저기서 한국 정부의 정책태도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이 터져 나오고 있다.「자동차까지 수출하는 나라가 금융정책 하는 것을 보니 후진국중에도 후진국」이라는 혹평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한국증시의 사정을 잘 아는 한 투자전문가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 형편에 정부가 진정책을 쓰는 것은 이해가 갑니다.그러나 그것도 개방시대에 맞게 정도껏 해야지요.위탁증거금제도만 해도 문제인데,거기다가 投信수익증권에 편입된 일정금액 이상의 주식을 강제로 팔게하는 정책은 또 뭡니까.한마디■ 국 제화라는 시대적 조류를 무색케 하는 지극히 촌스런 정책을 한국의 재무부가 과거와 똑같은 패턴으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결국 재무부의 株價는 울타리를 쳐올린 한국안에서만 높은 것이지,세계가 경쟁하는 뉴욕의 증권시장에서는 3류기업 신세에 불과하다는 말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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