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 성패 民草손에 달렸다-크리스천아카데미 국제화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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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과연 국제화와 세계화는 인류사적 전환기에 처한 우리가 가야할방향이며 거역할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인가.
4일 오후 북한산 기슭에 자리잡은 서울수유동 아카데미하우스.
전국 각지의 지역운동가.시민운동가.환경운동가.여성운동가와 학계인사 등 80여명이 아카데미하우스「대화의 집」에 둥글게 모여 앉았다.크리스천 아카데미가 「변화의 새 물결과 民 의 대응」을주제로 마련한 대화모임.
金芝河시인의 발제.
『국제화.세계화.개방화를 외치는 소리가 요란한 지금은 19세기말 개화파와 척사파의 再版을 보는 듯하다.최근의 물(水)문제,문민권위주의가 보여주듯이 생태위기와 권력집중은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혼란을 가중시키고,사람들을 경쟁의 세계로 몰아가고 있다.「삶의 철학」,즉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생각과 가치관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특유의 생명사상에 입각한 그의 문제제기는「주민자치운동」이라는 대안으로 이어졌다.
『삶의 철학을 담고 있는 새로운 시민적 삶의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삶의 운동은 철저하고 본격적인 지방화와 지역분권.주민자치를 목표로 해야 하며 시장과 국민 국가가 무분별한 개발로 파괴한 지역적 삶과 지역의 생명과정을 회복하는 운 동이 돼야 한다.』 환경.경제력 집중.교육.농업위기.여성문제등도 지역주민의 참여에 의한 자치운동에 해결의 실마리가 있으며,지역분권과 풀뿌리 민주주의에 기초한 주민자치운동은 통일정세 고양에 따른 엄청난 혼란에 창조적으로 대응하는 삶의 통일운동이 될것이 라는말로 金씨는 말을 마쳤다.
이어진 오재식 前세계교회협의회 제3국장의 발제는 국제화와 세계화를 둘러싼 혼란과 혼선을 규명하는데서 출발했다.
『인류를 공포와 빈곤.무지에서 해방한다는 세계주의의 명분은 근대화과정에서 국민국가와 시장의 논리에 의해 탈취당했다.냉전종식은 이러한 서유럽형 세계주의의 허상을 폭로했다.세계주의는 국민국가와 시장의 국제화과정인 국제주의를 의미할 뿐 이며,국제화를 이러한 오도된 세계주의와 혼동하고 있는 점이 우리의 문제다.』 따라서 공존과 공생의 삶을 위한 새로운 가치관의 창출,지역적 삶의 회복과 지역주민의 자치를 통해 民의 시대를 열어가야한다는게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지역화를 통한 주민자치를 세계화.국제화에 대한 대응논리로 제시한 두 사람의 주장은 참석자들 사이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야기가 너무 추상적이며 구체성을 결여하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우선 많았다.-이우재 구로문화센터이사장.황한식 부산대교수(경제학).민경희 충북대교수(사회학) 국민국가와 독점자본의 현실적 위력을 너무 간과한 게 아니냐면서 주민자치의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최협 전남대교수(인류학).황태연 서울대강사(사회학) 여성운동단체인 여성민우회의 이경숙씨는 주민자치의 주체인 民의 실체를 긍정적으로 예단하고 있지만 그 부정적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진정한 실체 파악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폈고,국제화.세계화라는 구호성 변화의 물결에 필요이상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게 아니냐는 냉소적(?)문제 제기도 있었다.-정영국 연세대강사(정치학) 하지만 구체적 삶을 살아가는 民,즉지역주민이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데는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裵明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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