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소화기 5대중 하나만 성했어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마루바닥에 깔아놓은 톱밥이 기름을 잔뜩 먹어 용접일을 하면안된다고 수차례 얘길했는데도 괜찮다고 듣지 않더니….』 3일 오후 서울노원구상계동 백병원 응급실.이날 오전 인근 동방빌딩 지하카바레 개축공사를 하다 일어난 화재로 부상을 입고 병상에 누운 인부들이 안타까움과 분통어린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날 화재는 문자 그대로 사소한 부주의가 불러온 대형 참사였다.
당초 레스토랑이었던 이곳은 10일께 카바레로 개업하기 위해 지난달 31일까지 공사를 마칠 예정이었다.그러나 공사가 1주일가량 늦어졌고 인부들은 공사마감시한을 지키지 못한 것을 의식해서둘러 일을 해나갈 수밖에 없었다.홀의 마루바닥 을 윤내는데 쓰이는 석유먹인 톱밥의 기름기가 모두 마른 뒤에 용접작업을 하는 것이 관행적인 안전수칙인데도 용접인부들은『괜찮다』며 이를 무시,작업을 강행했다.
더욱이 화재발생 30분전인 10시40분쯤 불똥이 튀어 한차례바닥에 불이 붙었다 진화되기도 했다.
생존인부들은『1차 불이 난걸 보고 용접을 나중에 하라고 만류했는데도 용접공들이 듣지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설상가상으로 불이 나자 인부4명이 근처에 비치된 소화기 5대를 동원했으나 손잡이가 부러지거나 바람소리만 날뿐 한대도 작동되지 않았다.
특히 건물내부공사의 경우 천장의 스프링클러를 공사직전 모두 잠그어놓는 관례에 따라 이날도 지하1층 천장의 스프링클러가 잠겨 있었다.
이날 참사는 조금만 주의를 하고 평소 완벽한 소화장비 점검이있었다면 충분히 피할수 있었던 人災였기에 안타까움이 한층 더했다. 〈權泰東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