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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한국이것이문제다>5.대중숙박시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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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객실의 벽과 커튼은 불결해 보였고,침대보는 아예 교체되어 있지 않았습니다.도저히 1백10달러 가치의 방이라고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0월 관광차 입국,서울 이태원의 한 일반호텔에 묵었던 독일인 슈트레커씨(41.함부르크거주)의 불평이다.그는 평소 여행을 즐기는 편이라 단체관광을 피해 혼자 한국관광에 나섰다가 첫날부터 곤욕을 치러야 했다.같은 달 역시 강남의 일반 관광호텔인 N호텔에 묵었던 영국인 관광객 로이드씨(38)도 객실을 두번씩이나 옮기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처음 들어간 객실의 화장실이 작동이 되지 않아 두번씩이나 고쳐야 했습니다.온수도 나오지 않고요.방을 바꿔달라고 요구해 옆방으로 옮겼는데 역시 샤워기.냉방기가 작동되지 않았습니다.』로이드씨는 관광 첫날밤을 설쳐야 했다.욕실에는 샤워 커튼도 없고,침실에서는 바퀴벌레까지 기어다니는 통에 밤새 뜬눈으로 지새우다시피 했다.
『선진국 수준에 맞먹는 비싼 특급관광호텔을 빼고는 외국인들이값싸고 편안하게 묵을 수 있는 숙박시설이 태부족입니다.』 H여행사 영업부장 金인식씨의 말이다.흔히 장급여관의 경우 외국 관광객들이 낮에 관광하고 돌아오면「시간손님」받은 흔적이 그대로 있고 대부분의 여관이 그렇듯이 남이 덮던 이불을 그대로 내준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있는 외국관광객들 중에는 값싼 숙박시설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다.특히 사회주의의 붕괴로 동유럽권이나 러시아로부터 값싼 물건을 사려는 이른바 쇼핑관광객들이 많이찾고 있다.유럽의 관광객들 역시 고급호텔보다는 알뜰관광을 즐기는 편이다.특히 우리나라를 찾는 동남아 관광객들의 주머니 사정은 그다지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다.따라서 알뜰 관광객들을 위한값싸고 편안한 숙박시설의 확보는 꼭 해결해야 할 문제다.
『미국 뉴욕은 세계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하나입니다.특히 유럽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는데 이들을 만족시킬 만한 값싼 호텔들이 즐비하지요.』 뉴욕에서 8년간 유학을 마치고돌아온 張치원씨(31)의 말이다.
지난 한해 외국인들의 불편신고 사례를 보면 대체로 특급호텔보다는 일반호텔에서의 불편사항이 대부분이었다.먹고 자고 보는 것이 관광의 기본이다.잠자리가 불편하면 즐거운 관광이 될 수 없다.값싸고 쾌적한 숙박시설의 확보는 선진관광국이 갖춰야 할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李順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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