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오리농장 얼씬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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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고향에 가더라도 닭.오리 농장에는 들어가지 마세요."

설을 앞두고 방역 당국이 비상이다. 최근 주춤해진 조류독감이 귀성객들이 고향에 들고나면서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까 걱정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조류독감은 주로 차량 이동이나 농장 관계자들끼리 만나는 과정을 통해 다른 농장으로 번진 것으로 확인됐다.

농림부는 일단 조류독감이 발생한 지역으로 가는 귀성객들은 감염된 양계장이나 오리 농장에 절대 들어가지 말 것을 권고했다.

고향집이 발병 농가여서 불가피하게 감염지역에 들어갈 경우 농장에서 나오면 반드시 손발을 씻고, 신발을 소독해야 한다.

충북 음성.진천, 충남 천안, 전남 나주, 경기 이천, 경북 경주, 울산 울주, 경남 양산 등이 조류독감이 발생한 지역이다.

이들 지역 곳곳에 설치된 초소에선 연휴 기간에도 24시간 마을을 출입하는 차량에 대한 통제와 간이 소독이 이뤄진다.

또 조류독감이 발생한 농장에서 반경 3㎞ 이내의 지역은 마을회관 등 공공시설에 신발을 소독하는 발판이 마련된다.

농림부 김창섭 가축방역과장은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닭.오리의 배설물에 주로 살고 있어 신발이나 자동차 바퀴에 묻어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름은 '조류독감'이지만 실제로 조심해야 하는 곳은 하늘이 아니라 발 밑의 땅"이라고 강조했다. 金과장은 또 "잠복기가 지났지만 조류독감이 발병한 지역 주민 1천4백여명에 대한 조사에서 아직 인체 감염사례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만큼 지나치게 인체 감염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며 "외출 후 손을 씻는 등 기본적인 위생관리만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

농림부는 조류독감 발병지역을 방문할 때 지켜야 할 주의사항과 소독 요령 등을 담은 홍보자료 20만부를 제작해 발병 지역에 집중적으로 배포했다.

이와 함께 닭.오리 사육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고속도로 톨게이트.기차 역.버스 터미널 등에서 오리고기.닭고기 먹기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한편 국립보건원은 설 연휴 기간 중 베트남을 여행하는 여행객들은 외출 후 손을 씻는 등 개인위생에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베트남에선 조류독감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 10여명이 숨졌다.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거나 면역 기능이 떨어져 있는 여행객은 베트남 여행 전에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 적절한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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