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씨 '우리 땅 걷기' 대장정 끝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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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15일 오후 4시30분 서울 청계광장. 유인촌(56.극단 유씨어터 대표)씨가 활짝 웃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7일 전남 해남군 땅끝마을을 출발해 전남 구례, 충남 조치원 등을 거쳐 594.8㎞를 걸어온 그의 '워크홀릭(Walkholic)과 함께하는 문화체험-유인촌의 우리 땅 걷기'(협찬 동아제약.LG전자) 대장정이 완결되는 순간이다. 남산을 돌아 을지로를 통해 청계천변에 들어선 그의 발걸음은 더없이 힘차 보였다.

"내 발로 우리 땅을 직접 걷고, 내 눈으로 아름다운 우리 풍경을 볼 수 있어 너무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20일간의 국토 종단은 녹록지 않았다. 첫 번째 위기는 출발 닷새 만에 찾아왔다. 1일 새벽 전남 순천에서 급성 장염과 탈수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한 것. "몸을 돌보지 않고 너무 호기 있게 걸었던 거죠. 아픈 몸보다 '이러다 그만둬야 하는 건 아닐까'라는 정신적 고통이 더 힘들었습니다." 의사들은 "일주일을 푹 쉬어야 한다"고 말렸지만 그는 하루 만에 다시 신발끈을 잡아맸다.

국토 종단은 '더위.비'와의 전쟁이었다. 전반 열흘은 체감온도 40도를 후끈 넘는 폭염을 뚫고 걸었고, 후반 열흘간엔 하루도 쉬지 않고 비가 내렸다. 특히 전남 무풍에서 충북 영동까지의 구간은 '최악의 코스'였다. 무려 50㎞를 넘는 구간을, 그것도 산을 두 개나 넘으며 하루 종일 쏟아진 폭우를 뚫고 걸어야 했다. "발에 물집이 잡히는 건 기본이었죠. 사실 빨래 말리는 게 가장 고역이었어요. 햇빛만 조금 나면 배낭에다 속옷과 양말을 걸치고 걸었을 정도였죠."

그래도 가는 곳마다 새롭게 만나는 '고마운 사람들'은 그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었다. 대흥사 몽산 스님은 먹을거리를 챙겨주었고, 그가 입원했을 땐 수녀님들이 찾아와 기도를 해 주었다. 때때로 그와 함께 걸어준 이들이 있어 외로움도 달랠 수 있었다. 서명현 태신인팩 대표와 진봉모 남원시청 기획실장, 탤런트 김찬우씨, 서울문화재단 임직원 등이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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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도 자고, 마을회관에서 묵기도 했어요. 지리산 자락에선 노천 정자에서 잤는데 밤하늘의 별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제 인생에서 가장 근사한 밤이었습니다."

유씨는 많게는 하루에 43㎞씩 걷고,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숙소에 드는 때도 있었다. 그가 걷는 모습과 보고 느낀 점들은 인터넷 사이트 '조인스닷컴'의 '아름다운 중독-걷기'를 통해 자세하게 전달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청계광장에서 1500리를 걷게 해 준 그의 자랑스러운 족적을 '풋프린팅'으로 남겼다.

글=강승민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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