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이제그만>10.공장 짓는데 2년 허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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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철강업체인 A社는 충남에 78만여평의 철강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매립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토석채취장으로 사용중인 단지내 산림보전지역 6만3천여평,경지지역 6만6천여평등 12만9천여평에 대해 공업지역으로 변경해주도록 국토이용변경 승인요청을 해당 郡에 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군.道.건설부등 행정관청 사이에 서류만 왔다갔다 할 뿐 소식이 없다 6개월이 지난 10월15일 건설부로부터 변경안을 道에 반려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도와 건설부가 서로「당신네 업무」라며 처리를 미루는 바람에 관련서류가 공중에 떠있었던 것이다.
현재는 국토이용계획법시행령 개정으로 도지사가 용도지역을 변경해줄 수 있는 면적이 30만평으로 늘어났지만 당시는 10만평이어서 도는 건설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그러나 특혜시비에 말려들 것을 우려한 건설부는 용도변경 면적을 줄여 허 락해주도록 도에 서류를 거듭 반려했던 것이다.
결국 도는 면적을 줄이는 선에서 용도변경 승인을 해줘 A社는문제지역에서 지난달 공사를 재개했지만「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며서로 책임을 떠넘긴 핑퐁식 행정에 마음을 졸인 반년에 대해 씁쓸해하고 있다.
충북에 공장을 지은 S직물의 경우 공업단지가 아닌 자유입지로공장짓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군에 공장설립 신고서를 제출했으나 일선 공무원들은 관련 법규를 제대로 몰라 관행대로만 처리하려 하고 결재를 미루는가 하면걸핏하면 상공자원부의 유권해석을 받아오라고 했다.이 회사 관계자는『심지어 토지분할 허가신청서 처리기간이 3일 인데도 3~4개월씩 기다려야 했다.이유를 물으면「연구검토기간은 무한대」라는답변만 들었다』고 말한다.더구나 공장부지옆 하천을 굴착하는데 필요한 허가를 받는데만 46일을 허비해야 했다는 회사측의 불평이다. 이 회사는 공장설립 신고에 들어가 공장이 가동될 때까지무려 2년3개월이 걸렸다.
서울종로구 Y물산대표 李모씨(65)는 아스콘공장을 세우기 위해 지난해 11월 경기도 성남공단에 있는 2천평규모의 피혁공장부지를 사들여 공단이사장으로부터 업종변경허가를 받았으나 경기도는「이사회의 결의가 없었다」며 허가를 취소했다.
관례상 업종변경은 이사장의 허가만으로 가능했으나 경기도가「중요사항 결정은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다」는 공단의 정관조항을 빌미로 뒤늦게 제동을 거는 바람에 무산위기에 처해있다.행정적인 절차 뿐만 아니라 경직된 지방행정 자체가 또다른 장 애물이 되고있는 것이다.
그동안 규제완화가 꾸준히 추진돼 왔지만 여전히 공장 하나 짓는데 60개의 절차에 2백34가지 서류가 필요하고,순조롭게 절차를 밟아도 2년이상 걸리고 있는게 현실이다.우선 공장짓는데 필요한 땅을 구하는데만 토지관계 법률만 93개나 되고 이가운데행위제한 법률만도 54개나 된다.공장을 짓는데 하천이 조금이라도 포함되거나 이용하려면 무려 6개 신청서와 13종의 구비서류를 신청서마다 중복으로 제출한뒤 그것도 순조로워야 3개월이 넘는 1백92일이 지나야 처리된다.
경쟁국인 대만의 경우 자유입지 기준으로 공장설립에 따른 절차수는 20개에 불과하고 처리기간도 8개월 남짓이다.
또 공장설립을 위해 밟아야 하는 절차수.구비서류가 각각 9개,23종에 처리기간이 1개월미만인 미국에 비하면 우리는 기업의활동에 대한 규제가 얼마나 심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경제연구원 金正鎬박사는『최소한의 서류를 가장 빠른 시일안에 처리해주는 행정이 펼쳐지지 않는한 규제완화는 구호에만 그치고 만다』고 지적한다 〈都成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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