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인사의 빈소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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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하루 간격으로 타계한 정일권 전 국무총리와 문익환목사가 북간도 용정의 광명중학교 1년 선후배 사이로 서로 대조적인 삶을 살아온데다 빈소표정도 크게 엇갈려 화제. 광명중학교는 일제치하에서 독립운동의 해외전진기지 역할을 했던 용정의 이주민들이 세운 공동체학교로 한살 위인 정 전 총리는 13회,문 목사는 14회로 각각 33년,34년 졸업했다. 전무후무한 관운을 누린 정 전 총리의 빈소는 정·관계 거물 조문객이 많았으나 자정이 넘으면서는 썰렁한 느낌이었고 목회자로 고난의 길을 마다하지 않았던 문 목사 빈소에는 각계각층의 운동권·사회 저명인사가 자리를 지켰다.
◎정일권 전 의장 빈소/구 여권인사 조문 줄이어/열네살 외아들이 문상객 맞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중앙병원 정일권 전 총리의 빈소에는 운구행렬이 도착한 19일 저녁부터 조문객들이 줄을 이었다.
유해 도착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강원용목사를 시작으로 김종필 민자당 대표·이회창 국무총리·이병태 국방장관·김재순 전 국회의장·홍성철 전 청와대 비서실장·최창윤 전 총무처장관·이주일 전 감사원장,이세기·정몽준·김종하·양정규·김영광·조용직의원 등 2백여명이 조문.
김영삼대통령은 이원종 정무수석비서관을 보내 조의를 표했으며 평소 고인과 절친한 관계를 유지했고 장례위원장을 맡은 김 민자대표는 오후 9시쯤 도착해 1시간동안 머물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조문객들중 야당·재야인사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으며 빈소는 자정이후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겨 가족·측근 등 30여명만 자리를 지켜 다소 썰렁한 분위기.
○…빈소에는 미망인 박혜수씨(47),상주인 외아들 기훈군(14)과 두딸이 조문객을 맞았다.
또 고인이 다니던 소망교회의 신도 30여명이 찬송가를 부르고 추도예배를 드리기도 했으며 전 육군 참모총장에 대한 예우로 의장대원과 여군하사관·헌병 등 10여명의 정복군인이 빈소에 나와 조문객을 안내.
○…정 전 총리의 영결식은 22일 오전 10시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사회장으로 치러지며 동작동 국립묘지 장군묘역에 안장될 예정이다.<예영준기자>
◎문익환목사 빈소/대학생 2백명 자원봉사/한총련,각 대학에 분향소 마련
○…한신대 신학대학원 본관에 마련된 문익환목사의 빈소에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20일 아침까지 모두 5천여명이 조문. 19일 오전 김영삼대통령이 김정남 수석비서관을 보내 조문한데 이어 김대중 전 민주당 대표·이기택 민주당 대표·이영덕부총리·한완상 전 부총리 등 각계인사의 발길이 밤새 끊이지 않았다.
○…「통일의 선구자 문익환목사 겨레장준비위원회」는 추도지침을 마련해 이를 언론에 배포하면서 모든 국민이 다 함께 문 목사를 추도하자고 호소.
준비위는 지침에서 국민들이 장례일까지 검은 리번을 패용하고 가능한 곳마다 분향소를 설치하는 한편 영결식에 맞춰 동시에 묵념해줄 것 등을 당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은 19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고 전국 대학에 「한총련 백만학도 행동지침」을 하달. 한총련은 19일에서 22일까지를 문 목사 추모기간으로 정하고 모든 학생이 검은 리번을 패용하는 한편 각 대학에 분향소를 마련키로 결정.
○…빈소가 마련된 한신대 신학대학원 본관주위에는 각 대학 자원봉사단 학생 등 2백여명이 손님맞이 안내 및 시중을 드는 등 분주히 활동.
「전대협동우회」 「양심수 군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 등 청년단체에 소속된 젊은이들은 빈소주변을 정리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고 전 전대협 의장 임종석씨와 임수경양 등도 상황요원으로 활동.<권태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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