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빠진 독에 맑은물 붓기”/감사원 팔당수계 시설 문제점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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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환경처 지도단속 한차례도 안해/업자와 결탁 건설비용 축내기도
감사원이 팔당수계 오·폐수 처리시설 등 상수원 오염문제와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 등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굵직한 감사결과를 내놓았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팔당상수원 수질보호구역내의 39개 오·폐수처리장 전부가 부실시공과 운영으로 제구실을 못해 오염원에 무방비상태인 점을 적발했으며 고속철도사업도 설계 등의 부적정으로 거액의 예산낭비와 자원조달 등에 문제점이 있는 것을 밝혀냈다.
○6백71억원 투입
팔당상수원의 경우 정부가 지난 89년부터 6백71억원을 들여 39개소의 오·폐수 처리장을 한강 상류에 건설했으나 모두 부실시공된데다 관리마저 엉망이어서 수도권 주민의 젖줄인 한강에 각종 오·폐수가 그대로 흘러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환경처의 잘못된 사업지침과 사후관리 부실,시공업자의 부실시공과 공무원의 무사안일 및 업자와의 결탁에 따른 종합부조리의 전형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특히 환경처는 이들 오·폐수 처리장이 온갖 가정오수와 축산폐수 및 분뇨 등으로 오염되고 있는데도 한차례도 지도·단속한 흔적이 없어 환경처가 환경보전업무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환경처는 지난 89년 서울 수돗물에서 트리할로메탄이라는 발암물질이 검출되자 한강수계에 대한 「맑은물 공급대책」을 수립,93년까지 39개의 오·폐수처리장을 건설하면서 해당 시·군에 처리장 건설에 따른 지침을 내려보냈다.
○분뇨 그대로 방류
그러나 이 지침에 따르면 주하수관과 오·폐수처리장을 건설하라는 지침만 있었을뿐 준하수관에 연결돼야 하는 지하수관의 설치가 빠져 있었다.
지방자치단체는 환경처의 지침대로 주하구관의 처리장만 설치했을뿐 연결관로를 설치하지 않아 각종 오물이나 축산폐수가 그대로 팔당수계로 흘러들고 있는 것. 대신 오·폐수를 받아 처리해야 할 폐수처리장은 정화가 필요없는 지하수나 빗물·계곡수 등 오히려 맑은 물이 유입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그나마 일부 구간에 가설된 연결관로마저 부실시공으로 이음새가 떨어져 나가 가정폐수 등을 처리장으로 보내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한편 이천·양평·광주군에 있는 8개 분뇨처리장은 한번도 청소하지 않아 처리장 용량의 30%에 적체물이 쌓여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으며 지난해 8월에는 펌프마저 고장나 분뇨를 그냥 방류한 곳도 있었다.
또 축산폐수의 경우도 10곳은 재처리없이 매일 4백t가량(BOD 최고 4백85PPM)을 그대로 한강에 방류시키고 있다.
팔당상수원 오염에는 관계공무원과 업자와의 결탁도 한몫을 했다. 이번에 파면조치된 양평군 환경관리계장 강덕기씨(43)는 탈수기 등 관급 기자재 4백95점이 설치되지도 않았는데도 시공회사에 9천5백만원의 설치비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현행 감사원법상 계좌추적권이 없어 강씨의 예금계좌를 조사하지는 못했지만 업자와의 검은 돈이 거래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공무원 해임 요구
감사원은 이밖에 공사비를 이중으로 계상해 국과를 손실케한 양평군 환경보호과장 서준석시(55) 등 2명의 해임을 요구하는 등 모두 14명의 공무원을 근무태만·부정의혹으로 징계를 요구했다.
이번 감사원의 환경감사는 말로는 환경보전을 외치는 정부가 이렇게까지 상수원관리에 무관심할 수 있었느냐는 점에서 분노까지 자아내게 하고 있다.<신동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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