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파란물 어디로 갔나”/감천 오염현장서 부산 수도꼭지까지 취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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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낙동강 한번 보면 물마실 생각 가셔/돌던져도 물방울 안튀어올라/정수장서 보낼때 이미 구린내/쓰레기·농약병 뒹굴어… 강변 겨울낚시는 “옛날얘기”
『요즘도 수돗물을 마시는 사람이 있습니까. 낙동과 금호강물을 한번이라도 보면 절대로 마시지 않을 겁니다.』
영남지역 1천만주민의 생명수인 낙동강 7백리는 행정기관의 안이함과 기업·시민들의 무관심이 맞물려 시간이 갈수록 시커먼 뱃가죽을 드러내며 죽어가고 있다.
본지취재팀이 12일 오후 낙동강을 따라 현지취재한 결과 김천감천의 벙커C유 오염현장에서부터 부산에 이르기까지 그 파란강물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유출된 벙커C유를 제거하기 위해 공무원 1백여명이 이틀동안 밤을 세워 근무하고 있는 감천오염현장은 오일펜스마다 시커먼 기름이 걸려 흉칙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하류인 선산쪽으로 내려가자 기름띠가 엷어지면서 파란 물줄기가 겨우 보일듯말듯 했다. 그러나 낙동강 합류지점인 선산군 원동까지 30여㎞의 하구주변에는 쓰레기와 빈 농약병 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쓰레기장을 방불케했다.
주민들은 『예전에는 겨울철이면 강태공들이 몰려오곤 했으나 요즘은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다』며 『하루가 다르게 누렇게 색깔이 변하고 김천공단이 들어선 뒤부터는 악취까지 풍긴다』고 말했다.
하류쪽으로 불과 20㎞쯤 떨어진 구미지역을 지나면서 죽어가는 낙동강의 모습은 더욱 확연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색깔이 거무튀튀하게 변하고 악취가 배어난다. 구미공단을 지나는 강 양쪽에는 공단에서 버린 것으로 보이는 시커먼,혹은 시뻘건 색깔의 침전물들이 심한 악취를 풍기며 썩어가고 있었고,강 주변에는 생활쓰레기더미가 널려있다.
박동민씨(22·금오공대 전자계산학과3)는 『이런 물을 식수로 쓴다는 것 자체를 믿기 어렵다』며 『공단주위 어디를 둘러봐도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곳은 없다』고 분개했다.
구미지역에서 공단폐수 등의 유입으로 멍들기 시작한 낙동강은 왜관을 지나면서 오물세례를 받는다.
대구시민이 마시는 수돗물로 쓰일 원수를 퍼올리는 달성군 다사면 강정취수장 부근에 이르러서는 물이 부서질때마다 거품이 일어나고 강 전체에 분뇨덩어리까지 둥둥 떠다닌다. 인접한 모래사장도 아예 시커먼 색으로 변했다.
더욱이 취수장에서 1㎞쯤 아래쪽에 있는 낙동강과 금호강의 합류지점은 강이라기 보다는 거대한 하수구를 연상케한다. 먹물을 뿌려놓은듯 시커멓고 끈적끈적한 공단폐수로 오염된 금호강물이 낙동강 물과 뒤섞이고 있었다.
돌을 던져도 물방울이 튀어오르지 않을 정도로 오염이 심각한 이 강물이 부산·경남지역의 식수로 쓰인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부산급수 인구의 55%가량인 2백여만명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경남 김해군 대동면 덕산리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 덕산정수장.
여과지를 거쳐 정수지에 도착한 물에 냄새제거 및 살균을 위해 사용하던 액체염소를 냄새제거 효과가 큰 이산화염소로 바꿔 투입했으나 정수장에서 나가는 물의 암모니아성 질소농도는 음용수 기준인 0.5PPM을 크게 초과한 0.8PPM을 기록하면서 약간의 구린내를 풍긴다.
이처럼 구린내가 나는 물이 15.5㎞ 떨어진 사상양수장과 덕포양수장,36곳의 가압장 등을 거쳐 부산지역에 공급되는 것이다.
정수장측은 냄새제거를 위해 분말활성탄을 평소보다 최고 4배까지 늘려 투입하는 등 각종 약품을 「아낌없이」 투입하고 있으나 정수의 암모니아성 질소는 계속 기준치를 초과해 맑은물 생산에 한계가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특별취재반
허상천·강진권·김선왕·정용백·김상진·홍권삼·김기찬·송봉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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