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4자회동」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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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 대통령 화해권유에 전·노씨 “잘하겠다”/노씨 말건네며 내민 손 전씨 안잡아
10일 청와대 전 대통령 초청 오찬은 전·현직 대통령들이 신년을 맞아 덕담을 주고 받은 평범한 자리였지만 일찍이 우리 헌정사에 없었던 일이기에 만남 자체의 상징적인 의미는 적지않은 모임이었다.
○…이날 회동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대목은 역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간의 만남과 화해여부.
가장 늦게 도착한 전 전 대통령은 김 대통령과 최 전 대통령에게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라고 인사한뒤 노 전 대통령에게는 『오랜만입니다』고 인사했으며,노 전 대통령 역시 『오랜만입니다』고 대답하면서 악수를 교환. 그러나 두 전 대통령은 마주 앉은 식탁에서도 서로 별 얘기를 주고 받지 않았으며,김 대통령이 오찬이 끝날 무렵 『국민들이 보기에도 안좋으니 두분이 화해하시는게 어떻겠습니까』라고 화해를 권유하자 마지못한듯 『알겠습니다』 『잘하겠습니다』라고 간단히 대답.
○노씨 등 두드리기도
두 전 대통령은 2층에서 오찬을 마친뒤 1층 현관으로 내려오면서 「약간의」 대화를 나누면서 전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기도 해 화해제스처가 아니냐는 성급한 추측을 낳기도.
그러나 사실은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신축이후 초행인 전 전 대통령에게 『(청와대 본관을)지어놓고도 초청못해 미안합니다』라고 말을 건네자 전 전 대통령이 『미안하긴 뭐,잘 지었구만』이라고 대꾸한 장면으로 노씨가 내민 손을 전씨가 잡지않아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불편한 관계를 반증.
한편 청와대 신축후 초행인 전 전 대통령은 본관을 나온뒤 박관용 비서실장의 안내를 받으며 구 본관터 등을 둘러보기도. 그는 박 실장에게 『너무 달라져 못알아보겠다』고 감회를 피력.
○전씨 불쾌감 안숨겨
○…전 전 대통령은 집앞에서 대기중이던 보도진이 노 전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 『어색하지 않았나』라고 묻자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대답.
그는 이어 『김 대통령이 화해를 권하기에 나는 「좋은 의견」이라고 했다』고 대화내용을 소개하면서 『뭐 특별히 화해할게 있나』라고 덧붙여 진짜 화해에는 아직 별 뜻이 없음을 시사.
그는 『오늘 만나서 분위기가 좋았으니 나중에 또 만나면 더 좋아질 것이고,그러면 자연히 화해가…』라며 말끝을 흐리는 등 시종 화해의 의미에 무게를 두지 않으려는 태도.
전씨는 또 이날의 모임을 초청받는 자리에서 『불교에는 오고가 있는데 첫째가 사랑하는 이를 못만나는 것이고,둘째는 보기싫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고 말해 노씨에 대한 불쾌감을 숨지기 않았다는 후문.
○측근 선처요청 후문
○…노 전 대통령은 밝은 표정으로 귀가,집앞에 대기중인 보도진과 간단히 악수만 나눈뒤 직접 언급은 회피.
대신 대기중이던 정해창 전 비서실장·최석립 전 경호실장과 정구영·이수정·이병기씨 등 전 수석비서관들과 10여분간 사후 평가모임을 가진뒤 측근을 통해 『유익한 모임이었다』고 간단히 논평.
한편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회동에서 『내 부덕의 소치로 주위 사람들이(김 대통령에게) 부담을 드려 죄송하다』며 수감중인 김종인의원(전 경제수석) 등 측근들에 대한 선처를 요청했다는 후문.
이에 대해 김 대통령은 『알겠다』고 답변. 이에 대해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만남은 얼룩진 헌정사를 한단계 올려놓자는 화합정치의 시작이다. 앞으로 김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는 「덕치」가 될 것』이라고 해석,구체적인 선처의 가능성을 암시.
○…최 전 대통령은 이날 모임에서도 별로 말이 없었을뿐 아니라 귀가후 보도진에게도 『나는 할 말이 없다』고 언급을 회피하는 등 여전한 은둔의 자세.<김현일·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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