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 중앙문예 소설부문 당선작 심사평및 수상소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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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본심에 넘겨진 16편의 작품을 읽으면서 최근의 작가지망생들이삶에 대한 깊이 있는 관찰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그것이 워드프로세서라는 첨단 이기의 사용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규명해야 되겠지만 우리 문학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그 가운데서 신지원의 「海鳥」,송세일의「피어나는 산」,정성환의「세상 밖으로」,신상태의「떠있는 섬」이 최종적으로 심사 대상이 되었다.「海鳥」는 피닉스라는 설정 자체가 새롭지 못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응집력 이 부족하다고 평가되었고,「피어나는 산」은 좋은 구성과 매끄러운 문체로 호감을 샀지만 주제 자체가 너무 낡았다는 인상을 주고 또 동일 작품으로 여러 해 투고했다는 사실이 부정적으로 작용됐다.「세상 밖으로」는 제목에서부터 서술적 힘에 이르기까지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운동권에 대한 생각 자체가 상식적이고 주인공 자신의 고통스런 성찰이 부족하다는아쉬움 때문에 다음 기회로 미루어졌다.「떠있는 섬」은 재미교포의 삶을 생생한 문체와 깊이 있는 문제의식으로 속도감있게 그린점에서 작가의 문학적 역량이 평가된 작품이다.인종문제와 같은 복잡한 현실을 구체적 삶의 모습으로 부각시킨 작가의 능력은 앞으로의 문학적 활동에 기대를 걸게 한다.당선을 축하하며 더욱 정진을 기대한다.
심사위원:김원일 송 영 김치수 성탄을 몇 날 앞두고 당선 통지를 받았다.그 기쁨을 말하기 전에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뉴욕의 야채가게에서 일하시는 동포들에게 가졌던 죄책감을 고백해야겠다. 골목마다 양자와 도냐를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에 그 분들이 흔쾌히 들러리를 서주셨을 것으로 믿는다.
한국에서 미국 교포들 더 불쌍하게 여기겠네,찜찜해하시지만 서울에서도 이 글이 태평양 건너만의 이야기로 읽히지는 않을 것임을 아뢰고 싶다.
처치 애브뉴는 이름 그대로 유난히 많은 교회를 품고 있다.구멍가게처럼 작지만 거의 블록마다 교회가 서 있음에도 거리에는 사랑이 배어들지 않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비디오 게임 버튼처럼휘두르는 총 때문일까.흑인이든 아시안이든 ■은 백인이든….
새해에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편협함이나 작은 이익에서빚어진 이웃간의 마음이 죄다 스러지고 사랑만이 오롯이 드러나는참 평화가 이 땅에 이뤄졌으면 좋겠다.
머뭇거리다가 너무 늦게 출발선에 섰다.
늦은만큼 열심히 따라잡고 싶다.졸작을 읽어주신 심사위원들께 충심으로 감사 올립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어릴적부터 내게 영향을 끼치셨을 형님과 어머님께도 기쁨을 나눠드리고,무엇보다도 높은 데 계신 분께,감사합니다.
□약력 ▲49년 경북 의성출생▲서울고.한국외국어대 졸업▲85년 미국 뉴저지로 이주▲현대 종합상사 뉴욕법인 근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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