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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을보자>1.무한경쟁 UR시대 한국의 대응 전문가 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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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해말 7년을 끌어온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이제 세계는 바야흐로 국경없는 경쟁시대에 접어들었다.이제우리는 경제.문화.과학기술등 모든 분야에서 거의 알몸인 상태로세계 각국과 경쟁해야 한다.국제화.개방화가 그 어느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요즘 司空壹 前재무부장관.金鎭炫 前과기처장관.李相禹서강대교수등 관계 전문가의 좌담회를 통해 UR체제를 대비해 보았다. [편집자註] ▲李=눈을 밖으로 돌리자는 말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는 인식을 하자는 것이라고 봅니다.최근 국제화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과연 국제화가 왜 우리에게 중요한지,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죠.
▲司空=국제사회가 급변하고 있는데 대해 우선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략 세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첫째는 동구권과 舊소련의 붕괴를 가져온 냉전 체제의 종식이며 둘째는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를 주도하던 미국의 경쟁력.주도력 약화를 들 수 있습니다.여기에 서 앞의 두가지 요인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기업들의 활동이 지리적인 제약을받지않고 어느 곳이나 진출할 수 있다는 의미며 이때문에 국제간경쟁이 심화되는 현상도 일고 있습니다.
또 냉전종식과 미국의 경제력 약화가 합쳐져 세계경제의 지역화.다극화를 가속화시키고 이에따라 경제 마찰도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이런 요인들이 각국간 국경을 없애고 세계 경제의 급변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金=국제화란 지구화,즉 글로벌리제이션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인류 공동의 문제인 환경.에너지.핵.빈곤등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내용으로 담은 지구화 또는 인간주의화가 국제화의 하나입니다.둘째로는 司空박사가 언급한 경제,즉 교환 가능한 경제가 국제화의 또 다른 측면이죠.
UR로 상징되듯 농산물.공산물 등 앞으로는 모든 제품이 국제적으로 유통될 것입니다.이는 정보 혁명과 위성통신의 발전으로 가속화되고 경제에 있어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는 경제분야에선 국경과 국적이 없어지는 반면 정치는 자꾸 대내지향적으로 된다는데 있습니다.
▲李=변화는 인류 역사상 늘 있어 왔다고 볼때 우리가 왜 이시점에서 특히 국제화에 대한 관심을 갖는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그 이유를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변화의 속도가 과거 어느때보다 빠르다는 점이요,또 다른 하나는 변화의 내용에 있어 지금의 변화가 公理적 변화에 비견될만큼 크다는 것입니다.마치 수학의 공리가 변하는 것처럼 기존의 기본 가정이 다 깨지고 있는 것이죠.그동안 국제질서는 민족.국가가 단위였으나 이제는 金前장관 표현처럼 글로벌화하는 추세입니다.다만 안보는 글로벌화,경제는 지역주의,정치는 지방주의식으로 서로 기능을 달리하며 나뉘어지고 있습니다.
국가 내부만 봐도 중앙정부의 기능이 지방으로 넘겨지는 국가 기능의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세계 시민의식과 공통의 제도.법에 맞추는 개방화.국제화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게 되는것이죠.
▲司空=밖을 보자는 것은 안을 준비하자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정부.기업은 물론 우리 국민 모두가 이젠 우물안 개구리식 사고로는 안되고 국제적 안목으로 바깥 세상의 변화에 대한 지혜를 키우고 대응하자는 의미입니다.
정보 관련 기술의 발달 등은 기업이 지리적 제약에서 벗어나고세계 경제가 하나로 통합되는 현상을 낳고 있습니다.
반면 국제사회 전체를 주도하는 강한 경제력을 가진 나라가 없기 때문에 마치「어른없는 지구촌」이 돼버려 北美자유무역협정(NAFTA).유럽공동체(EC)처럼 경제적인 이해에 따라 블록을 결성하는 추세도 일고 있습니다.
▲金=국제화에 대한 우리 정책은 우선 한국인이면서 동시에 세계인이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줘야 합니다.
한국에선 한국인으로만 행동하면 되지만 이제는 환경.빈곤 등 세계적인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도 관심을 보여야 합니다.
또 우리의 모든 비교기준을 과거에는 후진국이나 중진국에 두었으나 이제는 선진국에 둬야 합니다.우리의 모든 의식준거를 세계기준과 일치시키는 것,바로 이것이 한국에 있어서의 국제화입니다. ▲李=국제사회의 행위준칙을 국내준칙과 일치시키는 것이 국제화라는 말에 동의합니다.이제 경쟁은 우리끼리 하는 것이 아니라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제도와 준칙을 지켜가면서 거기에 맞춰 우리도 발전하고 세계 발전에도 기여하는 것이 국제화 .개방화입니다. ▲司空=부연한다면 단순히 우리 것을 내다팔고 외국 것을 사들이는 것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외국의 일류기업과 당당히 경쟁하고 우리의 제도.법규를 국제관행에 맞게 바꾸는 것도 국제화라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李=그러나 국제화에 대한 우리나라의 현 주소를 살펴보면 이같은 당위와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입니다.
일부에선 상징적으로 미국을 1백으로 평가한다면 서울은 30쯤되고 부산은 3쯤 된다고 얘기합니다.
▲司空=다른 나라가 1백~1백50년간 이룬 발전을 우리는 30년만에 해냈습니다.그러나 경제 발전에 걸맞은 의식은 발전되지못해 아직도 보릿고개식 사고방식이 남아 있습니다.
외국 것은 무조건 안들어 왔으면 하는 사고방식이 남아 있는데이런 사고방식을 바꾸는 발상의 전환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정부가 외국기업이 직접 또는 합작투자를 신청했을때 이를 거부하려는 생각이 남아 있다면 국제화는 요원합니다.
이제 정부도 기업을 위한 역할에서 거시경제의 예측성.일관성은물론이고「적어도 다른 나라에 비해 기업하는데 불리하지 않게 해준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李=우리 의식은 그동안 식민지시대를 거치며 수동적인 국제화를 당한데 대한 반동으로 국수주의는 곧 애국이라는 생각이 굳어져 온것이 사실입니다.게다가 어느 사회나 나이가 들면 보수화되고 젊으면 진보적이 되는데 우리의 경우는 오히려 거꾸로 젊은 세대일수록 국수주의 추세로 기울지 않는가 염려됩니다.
▲金=李박사 의견에 동의합니다.
이제라도 우리 지도자들은 한국인의 삶에 있어 복지증진과 경제발전의 조건이 과연 무엇인지를 제시해 줘야 합니다.UR문제로 떠들썩했지만 우리의 무역 의존도는 미국.일본에 비해 훨씬 높고이에따라 우리의 경제구조는 국제화를 통해 오히려 세계를 정확히알아야 하는 형편입니다.
더욱이 우리의 생명을 쥐고 있는 기초자원을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며 우리의 안보도 세계 4대강국의 틈속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결국 국민에게 이같은 우리의 조건이 세계적인 관계 속에서 복지.발전과 연결돼야 한다는 사실을 납득시켜야 합니다.
국제화가 마치 기업에만 유리하고 농민에게는 불리하다는 인식을깨뜨리고 생활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선 더욱 국제화가 시급하다는점을 충분히 인식시켜야 합니다.
▲李=한 마디 덧붙인다면 우리나라 사람은 달걀을 국산이라고 생각하지만 달걀을 낳은 닭은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된 사료를 먹고 자랍니다.
우리 생활은 이미 국제 관계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는 것을 잘 모르고 사는 격입니다.
▲司空=UR협상과정만 봐도 1백16개국의 다자간 협상이고 세계경제의 틀을 만드는 협상인데 반해 마치 미국.EC만 설득하면된다는 인식을 줬고 또 그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국제 관계의 틀을 우리가 주도해 만드는 경제력과 협상력이 없다면 남들보다 국제 질서를 주시하고 분석해 대응하는 것만이라도빨라야 합니다.그러면 이제 국제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대두됩니다.
경제부터 본다면 세계화.국제화는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우선 정부 안의 사람부터 국제적 능력을 키울수 있도록 규정을만들어 어떤 직책이든 관련된 국제기구에서 국제경험을 쌓도록 해야 합니다.기업도 지역전문가를 키워야 합니다.학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李=국제화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뒤처진 분야중 하나가 교육입니다. 국제화의 중요한 수단중 하나가 교육이라고 볼때 그동안우리 교육내용은 너무 국수적이었습니다.그런 점에서 이제는 학생들에게 세계를 가르치는 교육이 돼야 합니다.
교사들을 포함,낙후된 교육제도를 국제화에 맞게 수정해야 합니다. 언론 역시 사회교육차원에서 세계사회가 이렇다는 것을 알리는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고 봅니다.
▲金=우리 기술을 얘기하자면 반도체 등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일부에선 공업의 기초인 몰딩.성형도 제대로 못하는 불균형 현상이 심합니다.
이젠 기술도 선진국에 기준을 두고 따라가야만 특화된 일류상품이 나올 수 있습니다.
중진국까지는 2,3등기술로도 가능했으나 이젠 선진국 시장을 겨냥한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프로그램을 짜야만합니다.이를 위해서는 우선 철저한 모방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선진 기술을 습득하되 언젠가 따라잡겠다는 의식이 있어야 합니다.적어도 국제화 시대에 있어 기술은 전세계 특허시장에서 경쟁하는 수준이 돼야 합니다.
▲司空=기술문제를 부연하자면 현재 국제화가 된다는 것은 기술과 자본이 국경없이 넘나들게 되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려면 과거처럼 기술을 돈 주고 사는게 아니고 기술제휴나 합작투자.해외직접투자 유치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기술의 세계화 추세를 활용할 수있도록 여건을 갖춰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金=세계시장은 과잉생산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첨단 반도체를 예로 들면 앞으로는 전 세계에 필요한 수요량을한 개의 공장에서 충당하는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一等品만 남는時代 첨단 기술제품일수록 輕薄短小 형태로 발전하는 추세며 이에따라 다수의 공급자가 필요하다는 시장원리도부정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앞으로는 특허를 가진 사람끼리 부문별로 독점을 통한 교환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결국 1등제품의 개발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李=이제는 자본.기술.노동까지 국경없는 세상이 왔습니다.
다국적기업에서 무국적기업의 시대로 변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 자유롭게 나갈 수 있는만큼 해외기업도 들어올 수 있게 해줘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金=정치의 국제화도 시급한 과제입니다.국제화는 경제 주체스스로 될수 있는 분야도 있지만 제도는 정치의 필터링(입법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정치시스팀을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司空=UR를 거울삼아 국제화와 관련된 지적을 하자면 UR는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여덟번째 라운드인데 앞으로는 아홉번째 라운드에 대한 대비도 갖춰야 합니다.
준비가 미흡했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환경.교육.노동문제 등을 미리 준비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다자주의의 강화못지 않게 세계를 주도하는 국가가 없는점을 감안,지역주의나 쌍무주의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李=한마디로 이제는 남과 더불어 살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됐습니다. 세계가 더불어 살 수 밖에 없는 이 국제화의 흐름은 우리의 선택대상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입니다.밖을 보고 배우고,더불어 사는 지혜도 배워야 합니다.
▲金=지혜를 배우는데 그치지 말고 세계의 보편적 질서를 만드는데 우리가 기여할 수 있다는 능동적 자세도 갖춰야 합니다.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만 창조적으로 개선한다면 한국형 국제화 모델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정리=李孝浚.朴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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