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규제강화한다고 과외 없어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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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근 대도시 오피스텔에서 성행하는 '과외방' 운영을 막고, 심야교습과 기숙학원 설치를 금지키로 한 교육인적자원부의 조치는 사교육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의지 표명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사교육 문제는 이러한 규제 강화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사교육 문제를 행정규제로 풀겠다는 것은 대증(對症)요법에 지나지 않는다.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시간이 지나면 규제의 허점을 악용하는 또 다른 교습방법이 등장하게 마련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오후 10시 이후 학원 강의를 단속하자 학생들을 오피스텔에 모아놓고 사실상 학원식 교습을 하는 사례가 급증하지 않았던가. 건물의 셔텨를 내리고 불빛이 새어 나가지 않게 창에는 두꺼운 커튼을 치고 학생과 강사가 숨을 죽인 채 문제풀이를 하는 변칙과외가 공공연한 비밀이다.

과외방을 금지한다고 해도 줄곧 이 계통에서 일해온 개인과외 교습자들이 교육청에 정식으로 신고하고 교습소와 학원을 운영할 가능성은 매우 작다. 되레 교육 당국의 감시 눈초리를 피해 더 많은 돈을 받고 음성적인 과외를 할 공산이 커 피해는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간다. 단속과 '피하기'의 끝없는 숨바꼭질이 계속되기 십상이다.

연간 12조원에 이르는 사교육비 규모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교육열을 감안하면 과외는 필요악이다. 사교육의 실체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과외가 사라지지 않는 근본 원인은 공교육 부실에 있다. 학교교육만으로는 상급학교 입시 관문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교사보다 학원강사가 더 잘 가르치고 강의내용이 학교보다 충실하니 과외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식을 공부시키겠다는 부모에게 무슨 잘못이 있는가. 학교가 제대로 교육시켜 준다면 누가 돈 들여 과외를 받겠는가. 학력 저하의 주범으로 낙인 찍힌 평준화제도를 경쟁체제로 바꾸고 자격이 없는 교사를 퇴출하든가 재교육해야 한다. 가야 할 길은 확실히 보이는데 이를 피해 엉뚱하게 곁가지만 붙들고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