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STV 일과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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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질투』『연인』『파일럿』등 올해 선보인 대부분의 멜러물이 청춘남녀의 사랑을 그린 반면 SBS-TV『일과 사랑』은 오랜만에중년남녀의 사랑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독신 패션디자이너 상희(한혜숙),상희의 거래처 사장이며 친구인 기준(이영하),알콜중독자인 부인(김자옥)과 이혼한채 어린 딸과 함께 사는 출판사 사장 윤호(노주현).이들 3명의 중년 남녀가 만들어가는 삼각관계를 축으로 이 드라마는 전개된다.
이 드라마가 청춘남녀 중심에서 탈피해 중년남녀를 과감히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은 의욕적인 시도로 평가받을 만하다.그러나 등장 인물만 중년이지 사랑의 방식은 청춘물을 연상시킨다.40대의성공한 패션디자이너나 출판사 사장이라면 일이 삶 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때다.그럼에도 상희.기준.윤호는 모두 사랑에만 몰두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일하는 모습은 볼거리 정도로 단순묘사되고 일로 인한 갈등,일과 사랑사이의 갈등은 찾아 볼 수 없다.모든 갈등은 애정에서만비롯될 뿐이다.
심지어 홀아비에게 시집가는 노처녀라면 아이로 인한 갈등을 한번쯤 겪을 만한데 여기에서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는 전체적인 극의 구성도 세 사람의 삼각관계에 무게 중심이 치우친 불균형한 모습을 드러내보이고 있다.상희의 어머니(정혜선),기준의 누이의 딸,윤호를 짝사랑하는 출판사 여직원등 많은 배역이 단지 세 중년남녀의 애정관계에 보조로 등장하는 이외에 존재이유가 없는 사람들처럼 묘사된다.
상희의 어머니는 예외라 치더라도 조카(나현희)까지 윤호를 찾아가『헤어지라』고 강요하는 부분은 주변인물들을 지나치게 삼각관계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인상이다.
이 드라마가 원래 의도대로「일과 사랑」이라는 삶의 기본적인 조건을 성공적으로 그려내려면 어떤 방식이든 등장인물들을「일하는사람」으로 대접해 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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