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수필집낸 前MBC앵커 이득열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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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못살았어도 그때가 좋았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행복이 뭔가를 생각하게하는 말이다.가난했지만 훈훈한 인정이 서린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리움과 함께 진한 교훈의 향기가 솟아난다. 기네스북에 올랐을만큼 최장기간인 13년동안 MBC 인기앵커로 활약했던 李得洌씨(54.MBC애드컴사장)가 이런 이야기들을 모아 수필집『잃어버린 서울,그리운 내 고향』을 펴냈다.
『서울 토박이로 제가 어렸을 때 서울에서 겪은 생활을 진솔하게 엮었습니다.그당시 어려웠던 얘기를 통해 사랑하는 아이들에게뭔가 교훈을 주고자하는 생각에서였지요.』 그는 해방과 6.25를 겪으며 보냈던 어린 시절이 비록 가난하고 고생스러웠지만「인정과 사랑,참는 힘과 웃음」이 있어 행복했었다고 말한다.추운 겨울날 불쌍한 거지를 아궁이 앞으로 불러들인 할머니의 인정,아버지와 어머니의 부부싸움이 극한으로 치닫지 못하게 했던 할아버지의 사랑,엄동에도 운동장 조회에 1시간 이상 서있던 아이들의참는 힘,시시한 엿치기일망정 이겼다고 까르르 터지던 웃음 등이하나의 맥처럼 흘렀던 그리운 시절이었다고 회상한다.
『전차타고 다니던 시절의 얘기가 인공위성이 뜨는 오늘날 무슨소용이 있느냐는 이들도 있겠죠.하지만 괴로웠던 과거를 잊지 않고 교훈으로 삼는 선진국들의 예를 기억해야 합니다.』 그는 기성세대들은 아이들에게 오늘날 잊고 사는 사랑.인정.행복의 가치,그리고 참는 힘에 관해 자꾸자꾸 얘기해야만 한다고 말한다.『뉘 집 자식이냐』고 동네 어른들이 호통 치듯이 아이들의 교육은부모의 책임이 크다고 말하는 그는『잃어 버린 서울,그리운 내고향』이 비록 지나간 소시민의 옛얘기일지라도 아이들에게 교훈적 얘기로 들려지기를 바랐다.
그는 일찍이『좋은 질문입니다』『보도국25시』『머물지 않는 말』등 3권의 저서를 통해 앵커 못지 않은 文才를 보인 바 있다. 〈李順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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