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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소신에 철저한 「대쪽」/말과 행동으로 본 이회창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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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성품소탈… 구내식당·이발관 애용/전­노 전 대통령 조사 강행한 뚝심/“처우 개선없인 공무원비리 척결 안된다” 평소지론
이회창 신임 국무총리의 이름 뒤에는 항상 「소신」 「대쪽」 등 강직한 성품을 묘사하는 수식어가 따른다.
법관시절부터 사정정국을 주도해온 감사원장에 이르기까지 타협보다는 원칙과 소신있는 자세를 견지해왔기 때문이다.
정치인인 총리로 변신한 이 총리의 앞에는 사정한파에 엎드린채 일어날줄 모르는 공무원들을 끌어 일으켜야 하는 중차대한 업무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단순히 법과 제도에 따라 판단하고 조사하던 전업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자리다.
바로 이점 때문에 야당측 논평에서도 지적됐듯 『개혁차원에서의 기대』는 있으나 『우루과이라운드 등 국제화시대에 과연 적합한지』라는 우려가 배어나오고 있다. 행정경험 미숙과 경제식견 부족 등을 염려하는 목소리다.
그러나 그를 보필했던 측근들은 『이회창을 정확히 모르는데서 나오는 기우』라며 『멋진 총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신임총리는 행정력은 물론 정치감각 및 순발력까지 「탄복할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매사에 전력투구하는게 생활화됐기 때문에 곧 바로 업무를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한다. 이 총리는 감사원장 재직시 거의 매일 차관급인 감사위원들과 점식식사를 같이 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항상 정중하면서도 묵중한 편이어서 농담과 우스개소리가 끼어들 수 없다고 한다. 업무파악면에서도 원장이 위원들보다 정통한 경우가 많다보니 감사위원들로선 그가 매우 어려운 「어른」이었다. 원장과 편한 마음으로 대화하기 위해선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는 감사위원 및 간부들의 경험담이다.
그런가하면 적발위주의 사정에 대한 비판여론이 제기되던 지난 여름엔 감사방법을 즉각 전환하는 순발력과 감각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신임총리는 깐깐한 외모와는 달리 성품은 무척 소탈한 편.
감사원에는 「식단사건」이라는 일화가 있다. 그가 취임한 얼마후 한 간부에게 간부식당과 직원식당의 메뉴·식판을 똑같이 통일시키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그 간부는 그래도 원장인지라 메뉴는 통일시키더라도 식판만은 밥주발로 해야한다면서 식판 대신 그릇에 밥과 국을 담아 배식하도록 했다. 밥주발을 사용토록 했던 간부에게 불호령이 떨어졌음은 물론이다.
이 총리는 지난 16일엔 백령도 군부대 위문을 가도록 일정이 잡혔으나(날씨로 취소) 점심식사 장소로 장교식당이 결정됐다는 말을 듣고 사병식당으로 바꾸도록 했었다. 3천5백원하는 감사원 구내이발관의 단골 고객도 바로 그였다. 하기는 구기동 북한산 자락의 풍치 좋은 자리에 위치한 원장공관마저 현재의 집이 불편하지 않다는 이유로 입주를 사양했는데 실제로는 공관이 너무 호화롭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그는 무조건적인 사정은 절대 성공할 수 없으며 현재 일반기업체의 약 80% 수준에 머물러 있는 공무원들의 처우를 개선해주지 않고는 비위척결은 일과성에 지나지 않는다는 소신을 갖고있다. 감사원 부정방지위원회가 공무원 처우에 대한 획기적 개선방안을 집중 연구중인 것도 바로 그의 지시에 따른 것. 『공무원들도 똑같은 생활인인데 먹고 살 수 있게 해줘야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지난 9월 대법원장 물망에 올랐다가 후배인 윤관대법관으로 결정되자 『내가 되는줄 알았는데…』라며 몹시 섭섭해 했다고 한다. 평소에도 가끔 『대법원을 바로 세우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해왔다는 것.
내외의 반대에도 불구,평화의 댐 및 율곡사업 감사를 하며 전직 대통령조사를 끝까지 강행하는 뚝심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그는 자신의 애독서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구절대로 「내일 죽어도 오늘 할 일은 해야한다」는 신념으로 밀어붙였다고 사석에서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검 검사를 지낸 이홍규변호사(87)의 아들이자 대법관을 역임한 한성수씨의 사위이며 작고한 과학자 이태규씨의 조카다.
부인 한인옥씨(55)와 2남1녀. 최명석검사가 사위다.<신동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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