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의혹만 더 부풀린 애매한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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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 발표의 요지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형 이상은씨의 도곡동 땅 주인이 따로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전 시장을 실소유주로 암시했다. 발표는 냄새만 피우고 말았지만 선두 후보에 대한 의혹이어서 선거에 미칠 영향은 가늠할 수조차 없다.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

 검찰은 “한나라당 경선이 끝난 뒤에 발표했으면 더 큰 정치적 오해를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분명한 결론을 못 내린 건 사건 관계자들이 협조하지 않아서라고 했다. 하지만 굳이 관련자들의 진술을 받아야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더구나 검찰이 협조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이모씨는 검찰에 몇 차례 불려가 은행 거래의 경위를 조사받았다고 한다. 어제도 이상은씨와 함께 검찰청에 나가 기자들에게 해명했다.

 사람을 벌주는 일을 하는 검찰은 분명한 증거로 말해야 한다. 그런데도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같다’는 식의 추측을 발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검찰의 권위를 빌려 의혹만 부풀려 놓고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말이 아닌가. 그렇게 책임지지 못할 내용이라면 공개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 음모라고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발표는 도곡동 땅 하나에 대한 의혹이지만 그것을 당기면 모든 문제가 걸려 나오게 장치돼 있다. 도곡동 땅을 매각한 자금에서 인출한 수표가 다스에 출자됐다고 한다. 도곡동 땅의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다스의 실질적 소유주도 가려지고, 홍은프레닝이 천호동에 투자한 땅의 직무 관련성도 가려지게 된다. 본선에서 여권 후보가 얼마든지 정치적 공격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놓은 셈이다.

 이대로 그냥 갈 수는 없다. 어차피 본선에서 큰 쟁점이 될 거라면 여기서 분명한 진실을 가리고 가야 한다. 이 전 시장도 “모든 것을 걸겠다”고 밝혔다. 사실로 판명되면 이 후보는 응분의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 반대로 의혹을 부풀린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검찰도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