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문화>이스라엘,반유대교 연극 푸줏간주인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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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유대교 신자들은 율법을 아주 잘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특히이스라엘에서 유대교 신자인 사람들이 율법을 얼마나 철저히 지키는지는 이스라엘을 방문했던 사람들이면 손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이스라엘에서 몇달 전부터 유대교의 엄격한 율법을 비난하는 한 연극이 상연되면서 유대교 신자와 非신자 사이에 舌戰이 벌어지고 있다.
수도 텔아비브의 카메리 극장에서 상연되고 있는 이 연극은『푸줏간 주인』.東유럽 출신으로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견뎌냈으며 이스라엘 건국을 위해 몸바쳐 싸운 푸줏간 주인이 주인공이다.
그는 유대교를 믿지 않는 非信者다.
과거 자신과 함께 이스라엘 건국에 몸바쳤던 사람들과 이웃해 살던 그는 몇해전부터 몹시 심기가 불편하다.
이웃들이 하나둘씩 떠나면서 새로 온 이웃들은 대부분이 검은 중절모자를 쓴 유대교 신자들이기 때문이다.유대교 신자들은 햄이나 소시지 같은 유대교 율법이 금지한 고기류를 판매한다는 이유로 그를 따돌리고 있었다.
장사가 안되는 것을 견디지 못한 푸줏간 주인은 결국 햄.소시지를 팔지 않기로 작정했다.
유대교 신자도 아니면서 유대교 신자임을 표시하는 야르물케(유대교인들이 머리에 쓰는 작은 빵떡모자)를 쓰고 매주 토요일마다유대교 의식에 참가하며 유대교 율법사에게 돈을 주고 자신의 푸줏간이 율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증명서를 받기도 했다.그러나 이 모든 일들은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새로 온 이웃들은 그가 동네를 떠나주기만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이 연극의 대본을 쓴 작가는 이갈 에벤-오르라는 非유대교신자인 유대인이다.그가 작품을 완성한 것은 지난 85년.그러나아무도 그의 작품을 공연하려 하지 않아 최근에야 무대에 올릴 수 있었다.공연이 시작되자 이 연극은 곧장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의회에서 유대교도 출신의원들이 反유대적이라면서 종교적 감정을 공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에 따라 연극 상연 중지를 요구하는 소란이 벌어진 끝에 검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여론이 일 것을 우려하는 검찰이 수사에 소극적이어서 아직 연극은 상연되고 있다.
이 연극은 현재 이스라엘에서 가장 관객이 많은 연극중 하나다.非유대교 신자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대부분 非신자인 관객들은 연극 공연이 끝난 뒤 유대교 지도자와 작가가 무대에서 벌이는 논쟁을 지켜보느라 자 리를 뜨는 법이 없을 정도다.
이 논쟁에서 유대교 지도자들은 이 연극이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의 수호자인 유대교를 호도하고 있다고 작가를 비난한다.
그러나 작가가 이같은 공격에 반응하기도 전에 관객석에서 비난이 쏟아져나오기 일쑤다.얼마전 국민종교당 지도자인 아브네르 샤키가 논쟁에 가담해『나라면 예술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공존할 수있는 토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연극이 유대교를 왜곡하고 있다고 말하자 객석에서는『거짓말쟁이』라는 노골적 비난이 쏟아졌다.
유대교 신자가 아닌 유대인들은 유대교 율법이 가하는「끝없는 제재」에 신물이 났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康英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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