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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시장 눈독들이는 미국-유럽보다 잠재력 크다 인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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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홍콩의 크리스 패튼 총독은 요즘 연설할 때면 보일듯 말듯한 미소와 함께 빼놓지 않고 언급하는 말이 있다.
그것은 홍콩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연간 1만7천달러로 홍콩을 통치하고 있는 英國을 앞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홍콩의 이러한 경제적 번영은 한때의 빈곤을 몰아내고 윤택해진동아시아의 位相을 상징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 통계에 따르면 비단 홍콩 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국의 올 평균 경제성장률은 6.4%로 예상되고 특히 中國은 지난해의 14%에 이어 올해 13%로 세계에서 가장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할 전망이다.반면 미국은 2.6%,유럽공동체(EC)는 0.4%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아시아 각국의 역동적인 경제성장에 힘입어 美國의 아시아지역과의 지난해 무역규모는 3천2백80억달러를 기록,對EC 교역액 1천9백70억달러보다 66%가 더 많은 금액이다.단순한무역규모 뿐만 아니라 미국경제에 고용효과를 내는 수출액 기준과최근의 무역수지 개선 양상을 보면 美國의 아시아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난해 美國이 아시아에 수출한 금액은 1천1백80억달러로 對EC 수출액 1천1백7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으며 지난해 對아시아수출로 2백30만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美國의 무역수지는 지난 87년 기록적인 1천5백20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에는 8백40억달러를 기록,87년보다 거의 절반 가까이 개선됐다.이같은 美國의 무역수지 개선의상당한 부분은 對아시아 수출규모 확대의 덕을 톡 톡히 보고 있다. 美國의 對日本 수출은 85년의 2백26억달러에서 지난해 4백78억달러로 두배이상 늘어난 반면 對日本 수입은 여전히 美國 무역적자의 주요인임에도 불구하고 그 증가추세가 3분의 1이하로 떨어졌다.
미국의 수출총액에서 아세안이 차지하는 비율은 80년 3.4%에서 4.0%로 꾸준히 늘고 있으며 韓國.臺灣.싱가포르등 아시아 신흥공업국은 2.8%에서 7.3%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韓國.臺灣.싱가포르등이 미국 상품의 10대 수입국으로 떠오르고 美國이 지난해 이들 3개 신흥공업국에 수출한 금액은 3백94억달러로 3억인구를 자랑하는 남미지역 수출액 3백50억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또 미국의 아시아지역에 대한 수출 비중 확대와 함께 인도네시아.홍콩.싱가포르.韓國.臺灣등 개별 국가와의 전체무역액에서 차지하는 美國의 무역적자 비율도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아시아지역에 대한 美國의 이해가 크게 얽힘에 따라 美國의 장래 대외정책의 중심이 대서양으로부터 태평양으로 전환돼야한다는 논의가 최근 수년동안 美 행정부내에서 계속돼 왔다.
이같은 美國의 인식 결정체가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시애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회의로 구체화된 것이다. 美國은 시애틀회의를 대서양시대에서 그동안 막연히 역설해온 태평양시대가 현실로 다가오는 심리적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있다.따라서 美國은 우루과이라운드(UR)와 북아메리카자유무역협정(NAFTA)과 마찬가지로 APEC를 아시아-태평양지역 에서 관세장벽 철폐등을 목표로 하는 경제공동체로 전환시킨다는 속셈을갖고 있다.
美國의 아시아지역에 대한 관심은 최근 기업투자 분야로 이어지고 있다.美國의 아시아지역 투자는 인건비가 비교적 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
국의 이 지역에 투자하고 있는 회사들은 아시아를 거대한 상품시장으로 새롭게 인식,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휴렛 패커드.모토롤라.IBM.텍사스 인스트루먼트와 같은 회사들이 주로 진출하고 있다.
최근 미국기업들의 아시아 진출에는 정부차원의 강력한 지원책이뒤따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통신기기업체인 AT&T사는 올해초 연간 3백만회선의 전화가 새로 가설되고 있는 중국시장을 겨냥해 12억7천만달러를 들여 臺灣에 아시아-태평양 사업본부를 신설했다.
AT&T사의 중국진출을 측면지원하기 위해 미국정부는 지난 8월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 정책을 연장하는 한편 對공산권수출통제위원회(COCOM)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미국정부는 또 2억달러 규모의 인도네시아 무아라카란 발전소의건설수주에 나선 제너럴 일렉트릭사에 美수출입은행으로부터 6천2백만달러를 융자해주고 공동수주사인 日本의 수미토모상사의 공사수주액 1억3천6백만달러에 대해서도 무역보험에 가 입시켜 주었다. 지난해까지 미국기업의 동남아시아 투자금액은 3백22억달러다.그러나 일본의 이 지역 투자가 지난 85년 2백억달러에서 지난해말 현재 6백억달러로 불어난 것에 비하면 美國의 對동남아시아 투자는 아직도 부진한 편이다.
***이 처럼 미국기업들의 투자가 신중한데 대해 말레이시아에네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모토롤라사의 로저 베텔슨사장은『미국기업들은 동남아 국가들의 잠재능력을 너무 과소평가 해왔다』며『최근 동남아의 신흥부자들을 상대로 일본 자동차사들이 재미 를보고있는 것은 디트로이트의 자동차회사들이 70년대에 동남아시장을 포기키로 했던 결정이 短見이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美國은 냉전종식 이후 정체되어 있는 유럽보다는 역동적인 아시아와의 밀접한 관계를 더 원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APEC회담을 계기로 분명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美國이 아시아의 잠재력과 富를 새롭게 인식한 데서 출발한 것으로 본격적인 아시아-태평양시대를 예고하는 것이다.
美國과 다음 세기의 초강대국 후보 中國,초경제대국 日本,韓國등 신흥공업국 4개국,아세안등이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각축속에서 아시아-태평양의 새로운 시대는 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高昌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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